[정치] 정상회담 했는데 또 특사 보냈다…"나라마다 4100만원 넘게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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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부터 13개국에 파견한 대통령 특사단이 국가당 평균 4100만원 이상, 총 4억 60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3개국은 이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또 특사단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으며, 특사단이 상대국 정상을 직접 만난 건 5개국 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8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유럽연합(EU), 프랑스, 영국, 인도, 캐나다, 말레이시아, 폴란드, 베트남, 호주, 독일, 인도네시아, 중국, 이집트 등 13개국에 특사단을 파견했다. 이 중 중국, 이집트를 제외한 11개국 특사단이 쓴 경비 총액은 약 4억 6000만원에 달했다. 국가별로 평균 4100만원이 넘는다.
특히 이 중 3개국은 지난 6월 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이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터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월 18일 회담했는데, 특사단(단장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과 한달 여 만인 7월22~26일 캐나다를 또 찾았다. 이 대통령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도 6월 17일 회담했는데, 특사단(단장 추미애 의원)을 7월 16~19일 영국에 파견했다. 호주에 대해서도 한·호 정상회담(6월 16일)이 이뤄진 뒤 특사단(단장 김진표 전 국회의장, 7월 29~31일)을 보냈다. 이들 모두 정상을 만나지 못했다.

김영옥 기자
정상이 면대면으로 만나는 ‘최고위급 외교’가 이뤄진 상황에서 굳이 새 정부 외교 기조 소개와 협력 의지 표방 등을 목표로 하는 특사단을 보낼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베트남 특사단(단장 박창달 전 한나라당 의원)은 7월 28~30일 파견됐는데, 직후인 8월 10~13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한국을 국빈방문했다. 정상회담이 확정된 상황에서 직전에 굳이 특사단을 보낸 실익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중국·일본·EU 등에 집중하던 기존 외교 관행에서 벗어나 ‘전방위 특사 외교’를 내세웠지만, 실질적 성과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그래서 따라붙는다. 중국과 EU를 제외한 11개국에는 특사를 파견한 게 처음이었다.
이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영국·캐나다·호주를 비롯, 프랑스·독일·폴란드 등 주요 서방 국가에서는 한 곳도 대통령 또는 총리와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정상의 친서를 소지한 대통령 특사는 통상 상대국 정상이 직접 만나주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번엔 13개국 중 5개국 특사단(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집트)만 정상을 예방했고, 이 외에는 외교안보보좌관이나 장·차관급 인사 등과 회동하는 데 그쳤다.
특사 외교의 외연 확장을 시도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동맹과 우방국에는 특사단을 보내지도 못했다. 끝내 무산된 대미 특사단은 단장 선정을 두고 초기부터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포함된 최종 명단이 발표됐지만, 대미 관세 협상 일정 등과 겹치며 출국하지 못 했다. 대일 특사단 역시 이 대통령의 지난 8월 방일 일정이 먼저 잡히면서 파견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결단의 책상'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악관.
중국 특사단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못한 채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 등을 면담한 뒤 귀국했다. 시진핑이 취임 이후 한국 대통령이 보낸 특사를 만나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 '홀대'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정부는 대중 특사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8월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과 중국 특사단 파견 일정이 겹치면서 중국이 한국의 대미 밀착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실제 성과나 특사단 면면을 보면 실용외교를 앞세우면서 국민의 혈세가 '대선 보은성' 인사들을 위한 외유에 쓰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미 정상회담까지 한 나라에 특사단을 보내거나 주요국 정상과의 면담조차 성사되지 않은 채 막대한 비용만 지출한 것은 명백한 외교적 무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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