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벨문학상에 헝가리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묵시록 문학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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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 작가. 사진 NinaSubin,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 공식 홈페이지

올해 노벨문학상은 ‘묵시록 문학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에게 돌아갔다. 그는 화려하고 난해한 만연체의 문장으로 종말과 파국으로 치닫는 세계를 그려온 작가다. 헝가리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케르테스 임레(2002) 이후 두 번째다. 이로써 헝가리는 노벨평화상을 제외한 모든 상을 수상한 국가이자, 총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시간) 세계에 생중계된 노벨문학상 발표에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을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시켜 주는 강렬하고 비전적”이라고 소개했다. 또 “작가 특유의 예술적 시선은 환상으로부터 절대적으로 자유로우며 인간의 약한 본성을 직시하게 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난 그는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1987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그리스·중국 등 여러 나라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벨라 타르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사탄탱고』(1985)와 『저항의 멜랑콜리』(1989), 『전쟁과 전쟁』(1999), 『서왕모의 강림』(2008), 『마지막 늑대』(2009), 『세상은 계속된다』(2013) 등이 있다.

미국 평론가 수전 손택은 크러스너호르커이를 “현존하는 묵시록(아포칼립스·Apocalypse)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고 일컬었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은 독일의 에스더블유알 베스텐리스트 문학상(1993), 스위스의 슈피허 문학상(2010) 등을 받았고, 2015년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세상은 계속된다』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또 한 번 이름을 올렸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파국’이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서왕모의 강림』을 번역한 노승영 번역가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에는 인물이 간절히 원하던 것이 현실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파국으로 치닫는 장면이 반복된다”며 “이는 헝가리의 정치·사회 현실과 세계가 파국으로 향하는 정세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작가 특유의 만연체는 “현실이 인위적으로 끊어진 것이 아니라 이어져 있음을 형식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국내엔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서왕모의 강림』, 『세계는 계속된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이 소개됐다. 모두 알마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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