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펜’ 없는 비 메이저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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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메이저리그 - PGA 투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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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로킷 클래식에서 콜린 모리카와의 기자회견 모습. 미디어센터에 기자가 거의 없다. 물가가 치솟고 미디어 환경 변화로 취재 인력이 줄어든 결과다. 성호준 기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지난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직전 드라이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우버 택시를 불러 대회장에서 약 260㎞ 떨어진 집에 가서 클럽을 가져오게 했다. 택시비로 995달러(약 145만원)가 나왔는데, 우버 요금이 665달러(97만원), 팁이 330달러(48만원)였다. 비슷한 거리인 서울에서 김천까지 택시비가 23만원 정도이니 약 6.3배다. 이게 미국 물가다. 매킬로이는 이 드라이버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상금 450만 달러(약 63억8000만원)를 받았다.

이것이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의 스케일이다. LIV 골프 출범 이후 상금이 올랐다. PGA 투어 선수 이경훈은 “물가가 올라 (대회 참가를 위한) 여행 경비가 엄청나게 들었지만, 일 년에 몇 주만 잘 치면 만회할 수 있으니 부담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건 선수의 경우이고, 대회 관계자들은 힘들다. PGA투어는 상금을 올리기 위해 직원을 대규모로 해고했다. PGA 투어 현장의 가장 놀라운 변화는 미국 기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일반 대회에 미국 취재진은 거의 오지 않는다. 메이저 대회 위주로 취재한다. 단순히 높은 물가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 지역 언론의 축소, 디지털 전환에 따른 취재 인력 감축 등 구조적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세계 최고 골프 투어 현장에 정작 자국 취재진은 없고, 한국·일본 등 외국 취재진이 더 많은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숙박비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다이나믹하게 변한다. 평소 하룻밤에 100~150달러였던 호텔이 PGA 투어 대회 기간에는 300달러로 올려 받고, 메이저 대회 때라면 600달러 이상 받기도 한다. 1박당 100만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식당 물가도 만만치 않다. 임성재의 부친인 임지택씨는 “한국 음식 가격을 생각하면 미국에서 식당을 이용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PGA 투어에서 예측 불가능한 최대 변수는 썬더스톰(뇌우)이다. 두 경기 중 한 경기꼴로 썬더스톰으로 인해 대회 일정이 틀어졌다. 인근에 뇌우가 접근하면 모든 활동을 멈춘다. 위험을 방치했다가 막대한 손해배상 판결이 나온 사례가 많아 과도할 정도로 안전주의가 자리를 잡았다. 그 결과 일정이 꼬이면 숙박을 연장하고 항공편을 바꿔야 하는데, 자연재해로 인한 취소·변경 페널티는 전적으로 소비자 부담이다. 기후 변화로 이런 현상이 최근 더욱 빈번해졌다.

한국 선수가 미국 현지에서 투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예측 불가능한 일정 변동이라고 한다. 여기에 항공편의 연착, 결항, 탑승구 변경, 그리고 수하물 분실, 트렁크 파손 등도 잦다. 그래서 PGA 투어 선수들은 프라이빗 제트기 타고 다니는 걸 좋아한다. 대회 기간에 주최 측은 선수들에게 무료로 자동차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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