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나쁜 어른 놀이터서 딸 당했다"…무너진 母 일으킨 열혈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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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어머니의 편지글. 사진 경찰청 홈페이지
10대 여성 청소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꾀어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한 뒤 성착취물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남성 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부천오정경찰서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20대 남성 A씨 등 총 9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9명의 나이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로, 경찰은 이 중 6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SNS에서 알게 된 피해자 A양(10대)에게 “귀여운 내 강아지” “아름다운 공주님”이라고 꾀어 신체 사진·영상 등을 요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순차적으로 이들을 검거해 검찰에 넘겼다.
수사는 A양 어머니 B씨가 지난 4월 15일 “딸이 X(옛 트위터)와 라인(Line) 등 SNS를 통해서 성인 남성들에게 성착취를 당했다”는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하며 시작됐다. B씨는 우연히 딸의 휴대전화를 보게 되면서 피해 사실을 알게 됐고,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상담을 받은 뒤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수사는 부천오정서 여청수사2팀 고민구 팀장(경위)이 맡았다. 고 팀장은 수사에 착수한 즉시 성명불상의 피의자들 신원 특정에 주력했고, 고소장 접수 일주일 만에 A씨를 구속했다. 해외 체류 중이던 한 피의자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검거하기도 했다.

고민구 부천오정경찰서 여청수사2팀장(경위)이 지난 9월 25일 수원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동 디지털증거분석실에 휴대전화 등 디지털 증거 포렌식을 의뢰하려고 들어가고 있다. 손성배 기자
경찰 수사는 지난 8월 16일 마지막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착수 124일 만에 마무리됐다. B씨는 지난달 16일 경찰청 자유게시판과 경기남부경찰청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편지글을 올렸다. B씨는 편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혼란 속에서 형사님이 보여준 헌신과 열정, 따뜻한 마음이 큰 위로와 용기가 됐다”고 했다.
B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쁜 어른들의 놀이터에서 딸이 피해를 당한 사실을 알고 세상이 무너진 듯했다”라며 “수사팀이 따뜻하게 대해주면서 딸도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나 또한 숨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수사에 협조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팀에 공개적으로 편지를 쓴 이유에 대해선 “헌신에 대한 보답 차원”이라고 답했다. 고 팀장은 지난 7월 가족과 함께 캠핑장에서 휴가를 머무르던 중 추가 가해자가 있단 사실을 B씨로부터 들은 즉시 복귀해 이틀 만에 피의자를 검거했다고 한다.
고 팀장은 “호기심이나 단순 재미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 제작죄는 적발 시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고, 피해자와 가족들에겐 큰 고통을 남기게 된다”며 “A양과 가족이 일상을 다시 찾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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