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공명당 "연립 안하겠다" 선언…다카이치, 총리 선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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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권 출범을 앞두고 빨간불이 들어왔다. 공명당이 26년간 자민당과 함께 해온 연립정권 이탈을 선언하면서다. 공명당이 선거 협력도 ‘백지 상태’로 되돌리겠다고 하면서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이달중 개최될 예정인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선거를 기다리던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로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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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자금 등에 대한 이견으로 26년간 이어온 자민당과의 연립정권에서 이탈한다고 발표했다. 교도·로이터=연합뉴스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공명당 대표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공(자민당+공명당) 연립 정부에 대해 일단 백지화하고 지금까지의 관계를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민당으로부터 명확하고 구체적인 협력을 얻을 수 없고, 개혁이 실현 불가능하다면 도저히 총리 지명(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라고 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기존 연립정부에서 해오던 것처럼 자민당 총재에게 공명당이 표를 몰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달 20일 혹은 그 이후로 연기된 임시국회 총리 지명 선거에서 공명당이 다카이치 새 총재를 지지하지 않으면 총리 등극이 무산될 수 있다. 다카이치 총재는 굳은 표정으로 회견에 나섰다. 공명당이 요구한 정치자금 규제에 대해 이날 회담에서 “찬반을 표시하도록 요구받았다”면서 “당내 절차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공명당에 “다음주에 한 번 더 협의를 하고 싶다”고 전했지만 “일방적으로 연립정권 이탈을 전달받았다”면서 유감을 밝혔다.

사이토 대표는 이날 회견에 앞서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와 약 1시간 30분에 걸쳐 회담했다. 사이토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자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과 관련한 정치자금 규제 개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명당은 다카이치 새 총재 당선 직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기부 등 정치자금 규제, 외국인 배제 정책에 대한 우려 등을 전달한 바 있다.

공명당 “정치와 돈 문제, 기본 자세에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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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왼쪽)이 10일 오후 일본 국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와 연립정권 합의를 위한 회담에 나서고 있다. 공명당은 이날 정치자금 규제를 놓고 자민당과 대립하며 연립 이탈을 선언했다. 지지통신·AFP=연합뉴스

사이토 대표는 2023년 12월에 불거진 자민당의 소위 비자금 문제에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드러냈다. 연립 이탈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배경에 “정치와 돈에 관한 기본 자세에 이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정치자금 문제는 202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이끌던 아베파를 중심으로 정치자금 모집을 하고도 제대로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는 등의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자민당은 연루 의원을 대상으로 자체 징계를 했지만 여파는 계속됐다. 사이토 대표는 “자민당의 정치자금을 둘러싼 문제로 국민의 정치 전체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공명당과 의석수를 합쳐서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데 실패하고, 올 7월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과반의석을 달성하지 못한 데엔 이 같은 ‘비자금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민당과 재차 연립을 이룬다면 지금까진 이뤄지지 못했던 기업·단체 후원금 규제강화 및 불기재의 해명과 종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당 후원금 규제 왜 반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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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자민당 새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로이터=연합뉴스

공명당이 자민당에 요구한 것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당본부와 도도부현 지역조직(都道府県連·도도부현련), 국회의원이 대표를 받는 정당 지부로 한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민당 지역 조직들은 반발했다. 국회의원이 아닌 지방 의원이 대표로 있는 약 8000개의 정당 지부가 제외되기에 세력 약화가 불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종교단체인 창가학회를 모체로 하고 있는 공명당과는 구조가 다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치자금 규제를 ‘정치 개혁’을 위한 필수 요소로 보고 있는 공명당 역시 물러날 공간이 없었다. 고령화 등으로 창가학회 세력이 약화하고 있는 데다, 정치자금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공명당이 매번 선거 때마다 자민당 후보를 지원한 것이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카이치 새 총재가 새로운 자민당 집행부를 발탁하면서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1년간 당직 정직 징계를 받았던 옛 아베파 출신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의원을 간사장 대행으로 선임한 것도 공명당을 자극했다. 사이토 대표는 회견에서 하기우다 간사장 대행의 비서가 약식 기소된 문제도 언급했다. “새롭게 불기재 문제에 관련된 비서가 약식기소 되는 등 새로운 일도 벌어지고 있어 더욱 전모 해명이나 마무리가 요구되는 데도 이미 종결됐다는 국정 운영에 대한 자세는 국민 감정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일본 첫 여성 총리 멀어지나

공명당과의 연립을 상수로 두고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과의 연립을 타진하던 자민당은 충격에 빠졌다. 정권 출범을 앞두고 연립이 파국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석수는 총 465석 가운데 196석. 공명당(24석)의 도움을 얻고도 국민민주당(27석), 일본유신회(35석) 등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를 위한 야당의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이는 최근 의석수를 늘려가고 있는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대표다. 그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으로부터 단일화 ‘러브콜’을 받은 바 있다. 이날 공명당의 연립이탈 선언 뉴스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공유하며 “국민민주당은 정치자금을 엄중히 점검하는 제3자기관을 설치하는 법안을 공동으로 제출하는 등 공명당과 함께 노력해왔다”면서 “정치자금 투명화를 한층 더 꾀하고 정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도 공명당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安住淳) 간사장은 “(정당)조합에 따라 정권 교체 가능성이 생겼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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