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수비진을 돌파하는 손흥민(왼쪽 둘째). 연합뉴스

내년 북중미월드컵을 준비 중인 한국 축구대표팀이 예방주사를 세게 한 방 맞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FIFA랭킹 23위)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바군단' 브라질(6위)과의 국가대표팀 평가전(A매치)에서 0-5로 완패했다. 브라질의 막강 화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전반전에 2골, 후반전에 3골을 허용했다. 5골 차는 한국의 브라질전 역대 최다 골 격차다. 한국은 강팀을 상대로는 더 세밀하고 빠른 공격을 펼쳐야 하고, 작은 실수는 실점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한국 1-4패) 이후 2년 10개월 만의 리턴매치에서 패한 한국은 브라질과 상대 전적에서 1승8패로 열세를 이어갔다. 한국은 오는 14일 같은 장소에서 파라과이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홍명보팀은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협회(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전(0-1) 이후 2개월, 3경기 만에 출범 두 번째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지난 9월 미국 원정으로 치른 미국(2-0 승), 멕시코(2-2 무)와의 2연전에선 1승 1무를 거뒀다. 지난해 9월 출범한 홍명보팀은 A매치 9승5무2패를 기록했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 브라질의 카를로 안첼로티(이탈리아) 감독은 한국을 상대로 호드리구,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이상 레알 마드리드), 카제미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수퍼스타들을 대거 선발로 내세웠다. 이에 맞서 전원 해외파로 선발 명단을 꾸린 홍명보팀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 때부터 실험 중인 스리백 전술을 꺼내 들었다. 또 최전방 공격에는 '캡틴' 손흥민(LAFC)을 배치하는 일명 '손톱(손흥민+원톱)'을 가동했다.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한 홍명보팀. 연합뉴스

하지만 브라질의 막강 전력 앞에서는 손흥민의 날카로운 발끝도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버틴 단단한 수비도 통하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전 초반부터 세계적 강호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전반 13분 만에 이스테방(첼시)에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전반 41분 호드리구에 추가골을 내주며 0-2로 끌려갔다. 이날 경기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치러졌다. 하지만 브라질 공격수들은 삼바를 추는 듯 경쾌한 움직임으로 한국 진영을 파고들어 수비진을 흔들었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미드필더 황인범(페예노르트)을 빼고 한국-독일 이중 국적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를 투입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시작 4분 만에 두 골을 더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 2분 김민재의 패스 실수를 가로챈 이스테방이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이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 브라질은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4분 호드리구가 추가골을 터뜨리며 격차를 0-4까지 벌렸다. 이스테방과 호드리구는 각각 멀티골을 기록했다. 브라질은 후반 32분 비니시우스의 쐐기골로 승리를 확정했다.

손흥민은 이날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쓴 기쁨을 즐기지 못한 채 후반 17분 오현규(헹크)와 교체됐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137번째 A매치에 출전했다. 레전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이상 136경기)을 넘어선 한국 남자축구 역대 최다 출전 신기록이다. 손흥민은 18세였던 2010년 시리아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대표팀 핵심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은 약 15년간 꾸준히 태극마크를 단 끝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전반 11분 관중석에는 '손흥민 137경기 최다출전!!!'이라고 적힌 조명이 불을 밝혔다. 이어 "모두 함께 손흥민의 기록 달성을 축하해주자"는 장내 아나운서의 축하 메시지가 나왔다. 6만3000여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축하했다. '손흥민 단짝'인 미드필더 이재성도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에 가입했다. 한국 선수로 16번째 센추리클럽 회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