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늘 존경""나도 미안"…훈훈했던 여야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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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왼쪽)과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여야 당대표 회동 결과 공동 브리핑을 마친 후 악수하는 모습/뉴스1
우회 비판이나 반어 공격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민의힘 지도부를 공개 칭찬하는 일이 벌어졌다. 10일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박성훈 국회의원을 칭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맞상대인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을 추켜세웠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박성훈 대변인이 명절 인사와 함께 “언제나 존경하는 마음으로 더 잘 모시겠다. 시간되실 때 식사라도 모시겠다”고 먼저 보낸 문자메시지 캡처본을 공개했다. 박수현 대변인이 “오~ 고맙다. 날 한번 잡아봅시다”라고 하자 박성훈 대변인은 “어제 선배님에 대한 공격 너그럽게 이해해달라”고 사과했고, 박수현 대변인도 “별말씀을”이라고 화답했다.
“제가 ‘독버섯’으로 선공했기 때문에 박성훈 대변인은 어쩔 수 없이 ‘균’으로 맞받았는데, 그게 마음에 걸려 저에게 사과한 것이다. 참 선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분”이라는 게 박성훈 대변인에 대한 박수현 대변인의 평가다. 박수현 대변인은“어쩌면 큰 용기를 지닌 분”이라며 “제가 먼저 공격했으니 사과를 하려면 제가 먼저 했어야 맞다. 선배 노릇을 못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대변인은 문재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재선이고, 박성훈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거쳐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선 데다, 지역구도 충남과 부산으로 멀찍이 떨어진 양당 수석대변인의 정중한 물밑 소통에 정치권은 “근래 보기 드문 광경”(중진 의원)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11년 2월 당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임시국회 및 여야 영수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갖기위해 정론관으로 들어서는 모습.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이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코트를 받아주고 있다. 중앙포토
과거에는 이런 장면이 보다 잦았다. 거친 언사로 상대 당을 비판해 온 대변인들이 고별 브리핑 자리에서 그간 쌓은 말빚 청산을 시도하곤 했다. 2010년 18대 국회 때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이 민주당 노영민·우상호 전 대변인에 대해 “존경스러울 정도로 훌륭한 분들”이라고 칭찬하며 임기를 마쳤다. 당시 노 전 대변인도 조 대변인을 “역대 가장 휼륭한 대변인”이라고 평가했고, 우 전 대변인 역시 “공격 대상이 됐던 분들에게 죄송하다. 개인적으로 매우 괴로웠지만 야당 대변인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남겼다. 직전 여야 공격수였던 최재성(민주당)·조윤선(한나라당) 대변인의 퇴임 장면도 비슷했다.
2011년 2월 여야 지도부가 영수회담 공동 기자회견에 입장할 때는 당시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이 김무성 한나라당 대표의 코트를 받아주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15대 국회 때는 여야 4당 대변인이 오찬을 갖고 ‘선거 기간 비방 논평 자제’를 손 모아 결의한 적도 있다.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여야 지도부가 서로의 정치적 노선 차이를 존중했고, 인간적으로는 반드시 예의를 지키는 문화가 정치권에 있었는데 이제 그렇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박수현 대변인이 박성훈 대변인과의 일화를 공개한 지 1시간 30분 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에서 “국민의힘은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고, 비슷한 시각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107명 모두가 민생 싸움꾼이 되겠다”며 정부·여당에 날을 세웠다.

1998년 7월 9일 여야 4당 대변인이 점심을 겸해 모였다. 당시 신기남 국민회의 대변인, 변웅전 자민련 대변인, 김철 한나라당 대변인, 김충근 국민신당 대변인이 '이번 재보궐선거 기간만이라도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성명 논평은 자제하자'고 결의하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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