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손주 증여 5년간 3.8조...“양극화 심화” vs “老老상속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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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가 미성년 손주에게 물려준 재산이 최근 5년간 3조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한편에선 아들ㆍ딸을 건너뛰고 손주에게 부(富)를 대물림해 세금을 덜 내려는 ‘꼼수’로 본다. 다른 한편에선 고령화 시대 그늘인 ‘노노(老老)상속’, '자산 잠김' 현상을 해결한 대안으로, 오히려 일본처럼 장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고 손자ㆍ손녀에게 직접 증여한 ‘미성년 세대생략 증여’는 3조8300억 원이다. 전체 미성년자 증여의 46.3%다. 2만 8084건으로 1건당 평균 1억4000만 원 수준이다.

세대생략 증여란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ㆍ손녀에게 바로 재산을 넘겨주는 방식을 말한다. 부모 세대를 거쳤다면 내야 할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어 일종의 절세 효과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현행법은 세대생략 증여 시 30%를 할증해 과세하고, 특히 수증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증여재산이 20억원을 초과하면 40%를 할증한다.

그런데도 최근 5년간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의 실효세율은 평균 18.6%에 불과하다. 미성년자 일반 증여 실효세율(15.2%)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여러 명의 자녀와 손주들에게 분산 증여해 기본공제 대상을 늘리거나, 미성년 손주에게 20억 원 이하로 증여해 추가할증을 면하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있다.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과세 문턱이 기대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기상 의원은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세대생략 증여 할증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노(老老)상속’을 줄일 해결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노상속은 80ㆍ90대 노부모가 사망한 뒤 노인이 된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는 것으로 고령층 안에 자산이 머물다 보니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매우 크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80대 이상 고령층이 세상을 떠나며 대부분 50대일 자녀에게 물려준 재산은 20조3200억 원(재산가액 기준)으로 5년 새 3배 넘게 불었다.

고령층이 주로 안전 자산에 돈을 묻어두는 ‘자산 잠김’ 현상은 경제 성장에는 걸림돌이다. 이에 일본은 조손(祖孫) 간 증여에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폈다. 2013년 교육 자금에 증여세 비과세를 적용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주택취득자금, 육아ㆍ결혼ㆍ출산 비용까지 혜택을 확대했다. 고령층에 편중된 자산을 젊은 층으로 이전시켜 상속이 내수 소비로 이어지게 하고, 세대 간 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노 상속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는 데다 해외로 자산을 빼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상속세나 증여세 부담을 줄여 주는 경제 전체에 더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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