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조원 규모' ESS 2라운드 열렸다…K배터리 3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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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캐즘(수요정체)의 돌파구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집중하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ESS 사업 2차 경쟁 입찰이 이달 안에 시작된다. 2차 입찰에선 1차 때보다 산업·경제 기여도 등 ‘비(非)가격 지표’ 비중이 커질 전망이어서, 배터리 업계는 국내 생산 비중이나 안정성 등의 지표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LG에너지솔루션
‘국산화 시험대’된 2차 수주전
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는 최근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간담회를 열고 총 540MW(메가와트), 약 1조원 규모의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은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9년까지 2.22기기와트(GW), 2038년까지 23GW 규모의 ESS를 전국에 공급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총 40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2차 입찰은 이달 중 공고를 거쳐 연말쯤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업계의 관심은 LG에너지솔루션의 뒤집기 여부다. 1차 경쟁입찰에서는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약 76%를 가져가며 압승을 거뒀고,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이 나머지 물량을 받는 데 그쳤다. 삼성SDI 컨소시엄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비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채택하면서도, 전력 발전 단가를 파격적으로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차 입찰에선 가격 비중이 높아 공급가격이 당락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2차 입찰에서는 ‘국내 생산’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력거래소는 2차 입찰 설명회에서 비가격 지표 배점을 기존 40%에서 최대 50%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지표는 산업·경제 기여도, 화재 및 설비 안전성, 주민 수용성, 사업 준비도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이에 각 사는 ‘산업 및 경제 기여도’를 높일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LFP 배터리를 기존 중국 난징 공장이 아닌 충북 오창 공장의 NCA 배터리 라인을 전환해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온은 충남 서산공장 전기차 전용 라인을 ESS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1차 사업의 공급 시기가 내년 말이었던 반면 2차는 2027년 말까지라 시간적 여유가 있다. 국내 생산라인을 전환해 대비할 시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삼원계 ESS로 승부하는 삼성SDI는 울산 공장에서 셀 대부분을 생산해 국내 산업 기여도 평가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NCA 배터리는 LFP보다 국산 소재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정자원 화재, 변수 될까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배터리 기술 신뢰도와 안전성이 핵심 평가 기준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화재 원인으로 ‘휴먼 에러(사람의 실수)' 가능성이 크더라도, 배터리 업계로 불똥이 튈 수 있어 모두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정자원에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NCA 제품이 사용된 터라 업계는 화재 원인 분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사의 셈법도 복잡하다. 소재 측면에선 LFP(LG에너지솔루션·SK온)가, 폼팩터 측면에선 각형(삼성SDI)이 화재 안정성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ESS는 각형 LFP 배터리의 채택률이 압도적이다.
LFP는 가격이 저렴하고 열 폭주(thermal runaway)가 시작되는 온도가 삼원계보다 높아,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강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미국에서 ESS용 LFP를 대규모 양산하며 노하우를 쌓았고, SK온도 시제품 개발을 마친 뒤 최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삼성SDI는 각형 NCA 셀을 고수하고 있다. 각형은 구조적으로 견고하고 모듈 단위로 분리·관리하기 용이해 충격과 변형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열 관리 기술이 필수적이다. 삼성SDI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열 확산 방지 기술(No-TP)을 적용한 ‘SBB(삼성 배터리 박스)’와 화재 차단 기술(EDI)을 더해 안정성 논란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입찰 사업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ESS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과잉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공급이 부족할 때 전력을 내보낼 수 있는 ESS로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할 필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만큼, ESS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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