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너무 맞아 숨도 못 쉬었다"…영화보다 처참한 캄보디아 취업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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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국내에 있는 대포통장 모집책 일당 중 일부를 검거했다. 캄보디아로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속여 피해자를 출국하도록 유인한 이들이다.
경찰은 이들 유인책을 조사해 피해자가 출국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캄보디아 정부와 현지 경찰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반복되는 캄보디아 한인 납치 범죄에 대한 ‘곁가지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캄보디아 출국 뒤 걸려온 협박 전화
12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박모(22)씨를 캄보디아로 출국하게 한 혐의(전자통신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대포통장 모집책 일부를 검거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인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캄보디아 현지 범죄 조직과 같은 조직원으로는 볼 수 없는 일종의 프리랜서”라며 “현지 사건은 캄보디아 경찰이 수사하고 있고, 경북청은 박씨의 출국 경위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경북경찰청 청사 전경. 김정석 기자
박씨는 지난 7월 17일 가족에게 “현지 박람회를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고 3주 뒤인 8월 8일 캄보디아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지역은 한국인을 상대로 한 취업 사기와 감금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곳이다.
숨진 박씨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극심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박씨와 함께 감금돼 있다가 구조된 A씨는 박 의원실에 “박씨가 너무 많이 맞아서 치료했는데도 걷지 못하고 숨을 못 쉬는 정도였다”라며 “보코산 근처 병원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캄보디아 현지 경찰은 박씨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로 적시했다.
박씨가 캄보디아에 머무는 동안 협박범은 박씨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박씨가 사고를 쳤으니 해결해야 한다”며 5000만원이 넘는 돈을 요구했다. 이 협박범은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말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시신 두 달 넘게 현지에 방치
박씨의 시신은 부검과 행정 절차 지연으로 두 달 넘도록 국내로 운구되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에서는 현지 공안 당국과의 절차를 조율 중이며, 이달 중 시신이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캄보디아 당국은 박씨 고문·살해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 3명을 체포해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당국은 도주 중인 공범 2명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한 뒤 숨진 사건을 수사한 현지 검찰이 중국인 3명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1일(현지시간) 캄보디아 국영 AKP 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은 살인과 사기 혐의로 A(35)씨 등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 대변인 명의 발표문. 연합뉴스
경찰은 박씨가 대포통장 모집책 중 일부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뤄지는 수사만으로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일어난 고문·살해 범행을 저지른 ‘몸통’을 붙잡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 잇따르고 있는 캄보디아 내에서 한국인을 노린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 수도 프놈펜 여행경보 상향
외교부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건, 2022년 1건, 2023년 17건이었던 캄보디아 납치 신고 건수가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고 올 들어선 지난 8월까지 330건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21일에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한 카페를 나서던 50대 한국인이 중국인 4명, 캄보디아인 1명에게 납치돼 고문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5박 6일 일정으로 프놈펜을 찾은 40대 직장인도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가 최근 혼수상태로 발견됐다.
한국인에 대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외교부는 기존 2단계(여행자제) 발령 지역인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대한 여행경보를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 조정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캄보디아 내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지역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국민께서는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주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캄보디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여행경보 추가 조정 필요성 등을 지속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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