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시진핑 다시 거칠어졌다…관세전쟁에 APEC 회담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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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마친 뒤 자리에서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ㆍ중 무역 갈등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10일(현지시간) ‘대(對)중국 100% 추가 관세’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면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복과 재보복으로 이어지는 격한 관세 전쟁을 벌이다가 고위급 협상 속에 ‘휴전 모드’를 유지해 왔던 미ㆍ중 관계가 다시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특히 이달 31일 경주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를 불과 3주 앞두고 벌어진 일이어서 파장이 크다. 재점화된 미ㆍ중 무역 갈등의 불똥은 곧바로 경주 APEC으로 튀었다. APEC을 계기로 개최가 유력했던 미ㆍ중 정상 회담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내달 1일부터 중국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평균 55% 수준인데, 여기에 100%가 더해지면 155%라는 초고율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11월 1일부터 對中 관세 100% 추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오전 역시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를 두고 “전례가 없는 일이며 본질적으로 시장을 마비시키고 전 세계 모든 국가, 특히 중국 자체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중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한 지 약 6시간 만에 나온 맞불 카드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국 수출 통제 시행도 예고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희토류 합금 및 관련 소재의 대미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준의 통제 방침을 발표했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군사 전자장비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공급의 약 70%를 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이번 조치를 두고 “그들(중국)이 전 세계를 ‘인질’로 삼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저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들의 조치에 재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관세 보복을 예고했다.

2024년 전세계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 지질조사국(USGS]
미·중 항만 서비스료 부과 등 상호 압박
트럼프 대통령의 ‘100% 추가 관세 폭탄’은 최근 미ㆍ중 무역 관계가 심상치 않은 기류를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에 이어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순 톤(t) 당 400위안(약 8만 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등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미국 역시 이에 맞서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 업체 TP-링크의 미국 영업 제한을 검토하고 중국 항공사의 러시아 상공 비행 금지를 추진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련의 공방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지는 기 싸움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100% 추가 관세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고 미ㆍ중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직접 거론하고 나서면서 양국 관계가 심각한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회담을 갖고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금지 해제를 포함한 양국 간 ‘무역 전쟁 휴전 연장’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시진핑 만날 이유 없어…APEC은 간다”

‘APEC 2025 정상회의’를 20여 일 앞둔 8일 정상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센션터와 국제미디어센터가 내외부 마무리 공사를 마친 후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하지만 10일 강경 발언을 쏟아낸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에서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이제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회담 불발 가능성을 시사하자 긴장감이 급속히 고조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미ㆍ중 정상 회담을) 취소한 것은 아니지만 개최 여부는 모르겠다. 나는 거기(한국)에 갈 예정이니 회담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현지 외교가에서는 양국이 관세 협상을 포함한 정상 회담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각종 협상 테이블에서 막판까지 고강도 발언과 예측 불가능한 행보로 상대를 흔들고 압박하며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APEC 참석은 확인하면서도 미ㆍ중 정상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함에 따라 양국 간 긴장 수위는 당분간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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