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부터)이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조만간 천년고도 경주에 집결한다.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렵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CEO 서밋에선 글로벌 통상 환경, 에너지 전환, AI 생태계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글로벌 기업인들이 머리를 맞댈 전망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APEC CEO 서밋 최대 관심사인 젠슨 황 CEO의 참석은 사실상 확정됐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이 직접 초대했고, 마지막 날인 31일 황 CEO가 반도체와 AI 생태계를 주제로 단독 세션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 회장과 별도로 회동을 갖고 AI 반도체 관련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만나기도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참석 대상자로 거론된다. 올트먼 CEO는 지난 1일 한국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이 회장과 최 회장을 만나 AI 협력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외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순디르 피차이 구글 CEO,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등도 초청 대상인 만큼 최종 참석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 CEO, 케빈 쉬 메보그룹 CEO 등은 참석을 확정 지었다. 국내 기업인으론 오경석 두나무 대표,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CEO 서밋 연사로 무대에 오른다.

특히 올해 CEO 서밋은 4일 일정으로, 지난해 페루 라마에서 진행된 2024 CEO 서밋(3일)보다 하루 더 늘었다. 연사도 페루(48명)보다 더 많은 70여명으로 예상된다. 초청 기업인은 국내 500여명, 해외 1200여명으로 총 1700여명 수준이다. 앞서 대한상의는 총 7조4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급변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글로벌 민간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될지 주목된다. 올해 CEO 서밋 주제는 ‘3B(Bridge, Business, Beyond)’로, 경계를 넘어 혁신적 기업 활동을 통해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자는 비전을 담았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공동 연구, AI·반도체 분야 협력 업무협약(MOU) 등이 잇달아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이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런홍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국내 기업들도 APEC 막판 준비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한·중 비즈니스 협력 강화를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런홍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 등 주요 인사를 만났다. CCPIT는 이번 CEO 서밋에 1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할 예정이다.

LG는 CEO 서밋이 끝나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지는 APEC 정상회의를 지원하기 위해 그룹 차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경주 시내버스 70대에 APEC을 알리는 래핑 광고를 시작했고, 광화문·시청·명동 등 국내뿐만 아니라 뉴욕 타임스스퀘어, 런던 피카딜리 광장 등 세계적 명소에 대형 전광판을 통해 APEC 공식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또 SK그룹은 CEO 서밋 부대행사인‘퓨처테크포럼 AI’를 주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