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벌써 대출목표 초과한 은행들…내집마련·생계대출 '대출 절벽'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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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책 일환으로 금융당국이 추가 대출 규제를 준비하는 가운데 주요 은행이 이미 올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로 갈수록 지난해 말처럼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신한·NH농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이 금융당국에 보고했던 연간 증가 목표액(정책상품 제외)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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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NH농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는 2조1200억원이지만, 지난달 말 기준 대출 잔액은 2조3202억원 늘었다. 목표액을 9% 초과했다. 지난 8월 말엔 가계대출 증가액이 목표의 80%를 넘었지만, 이후 신규 대출을 줄이고 기존 대출 상환을 유도해 다소 낮춘 비율이다. 신한은행도 올해 목표치(1조6375억원)를 20% 넘는 1조9668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다른 시중은행 상황도 빠듯하다.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목표치인 8651억원의 95%에 다다랐고, KB국민은행은 85%(1조7111억원)에 달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비대면 대출 신청을 연말까지 중단한 상태”라며 “(차주가) 원리금을 함께 갚는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상환액으로 대출 총량을 줄이고, 4분기 신규 대출 취급을 관리하면서 목표 총량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6·27 가계대출 규제 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대출 총량을 관리해왔다.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9·7 부동산 대책에 따른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강화 등 추가 규제까지 겹치며 가계대출 증가 폭도 쪼그라들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6월 6조7536억원에서 7월 4조1386억원, 8월 3조9251억원, 지난달 1조1964억원으로 감소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엔 내년도 대출 허용 한도가 축소되는 페널티를 받기 때문에 은행들이 연말까지 신규 대출 취급을 제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총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일부 혼란이 있더라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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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문제는 부동산 시장 과열로 금융당국의 추가 대출 규제 카드가 임박하면서, 실수요자의 ‘대출 보릿고개’가 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정책대출 등을 DSR을 산정할 때 포함하는 방안과 DSR(현재 40%) 및 주택담보대출 한도(6억원)를 더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안에 내 집 마련을 계획했거나 이미 계약해 잔금 치르기만 앞둔 이들, 의료·부양·양육 등 생계에 필요한 돈을 대출받으려던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가자 '대출 절벽'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상호금융권까지 대출 문턱 높이기에 나선 바 있다. 대출 한도가 계속 줄어들 경우 오히려 막차 수요가 단기간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전세나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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