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한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 주요 지역 전용 59㎡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 흐름 속에 이른바 ‘국민평형’인 전용 84㎡ 대비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덜한 59㎡로 매수 수요가 쏠린 영향이다. 대출을 죄니 중소형 아파트마저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서울 전용 59㎡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006만원으로, 지난해 평균 거래가격(9억7266만원)보다 8.0% 올랐다.

정근영 디자이너

구별로 강남구가 전년도와 비교해 16.7% 오르며 가장 상승 폭이 컸고, 마포구(15.9%), 송파구(15.8%), 강동구(13.9%), 성동구(13.7%), 광진구(11.0%) 등 최근 매수세가 이어지는 ‘한강벨트’ 중심으로 거래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구체적으로 강남구 전용 59㎡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7억8706만원에서 올해 20억8570만 원으로 3억원(16.7%) 가까이 올랐다.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59㎡는 지난해 거래(20억7000만원)보다 1년 새 4억8000만원 오른 25억5000만원에 팔렸다. 직방은 “대치·개포·압구정 등 주요 고가 아파트 단지의 전용 59㎡ 평균 매매가격은 20억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마포·성동구도 주요 신축 아파트는 강남 못지않게 전용 59㎡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성동구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59㎡는 지난해 말까지 16억원대에 팔렸는데, 지금은 호가가 19억~20억원대다. 마포구 한 중개업자는 “구축 아파트는 1억~2억씩, 신축은 2억~3억씩 호가가 뛰었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평균 매매가격이 지난해 11억9708만원에서 13억8788만원으로 1년 새 2억원(15.9%)가량 올랐고, 송파구 역시 잠실동·신천동 등 주요 랜드마크단지들이 거래되며 전용 59㎡ 평균 매매가격이 작년 13억1720만원에서 15억2588만원(15.8%)이 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실수요자의 선호가 높은 전용 84㎡ 아파트는 매매가격 상승 폭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서울 전용 84㎡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23년 11억6597만원에서 2024년 12억7591만원, 올해는 13억8086만원으로 상승했지만, 상승 폭은 2024년 9.4%에서 올해 8.2%로 둔화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실랩장은 “올해 서울 아파트 전용 84㎡ 가격이 워낙 오른 데다, 최대 6억원 대출 규제로 인한 자금 부담도 커졌다”며 “보통 갈아타기 수요는 넓은 평형을 선호한다. 그러나 가격 부담과 대출 제한 등으로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제한적이다. 도봉구의 전용 59㎡ 평균 매매가격은 5억4894만원으로 지난해보다 900만원가량(1.7%) 오르는 데 그쳤고, 금천구는 올해 전용 59㎡ 평균 매매가격이 6억913만원으로 전년보다 1.8% 하락했다.

여기에는 소형 평수라도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잡으려는 수요가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현재 살고 있는 서대문구 34평(전용면적 84㎡) 아파트를 팔고 마포구 신축 25평(전용 59㎡)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고 지난달부터 부동산 여러 곳에 문의를 해둔 상태다. 김씨는“동일 평형으로 가자니 마포구 웬만한 단지는 가격이 너무 올랐고, 평수를 줄여서라도 상급지에 진입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자 강남에 이어 ‘한강벨트’ 집값이 뛰었듯이 주요 지역 중소형 아파트마저 가격이 오르는 양상”이라며 “주요 지역 아파트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월 기준 전용 84㎡의 전국 평균 분양가는 6억595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상승했다. 전용 59㎡는 전년 대비 4.56% 오르며 처음으로 5억원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