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의선 취임 5년, ‘톱3’ 오른 현대차...관세·中 경쟁 과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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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로 성장시켰으며, 전동화와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주도해 새로운 성장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미국의 고율 관세와 현지 공장 운영 리스크, 중국의 전기차 물량 공세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글로벌 빅3’ 달성…질적 성장도 뚜렷
정 회장 취임 전까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판매 5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2년 처음으로 판매량 기준 세계 3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톱3’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합산 영업이익은 13조86억 원으로, 독일 폭스바겐그룹(10조8600억 원)을 제치고 반기 기준 처음으로 글로벌 2위에 올랐다.
품질 경쟁력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의 신차품질조사에서 2년 연속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한때 품질 논란이 뒤따르던 시절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반전이다. 또 25개 이상의 글로벌 어워드를 수상하며 브랜드 신뢰도와 기술 경쟁력 모두 한 단계 끌어올렸다.

김경진 기자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적극 대응하며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내연기관 중심의 전통 자동차 사업을 넘어 전동화·소프트웨어·수소·로봇·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수소 브랜드 ‘HTWO’ 출범,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등을 통해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의선 회장은 내연기관 시대의 성공 공식을 버리고, 과감하게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체제로 그룹의 체질을 바꿨다”며 “글로벌 완성차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미래차 전환의 틀을 잡은 리더”라고 평가했다.
美 관세·노동 리스크…중국 전기차 공세도 부담
다만 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찮다. 당장 문제인 게 미국의 자동차 관세다.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25%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반면 일본과 유럽 업체들은 후속 협의까지 끝내고 관세율을 15% 수준으로 낮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조81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4673억 원)보다 21.4% 감소할 전망이다. 매출은 72조4479억 원으로 소폭 늘겠지만, 관세 부담이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미국 관세 비용을 각각 약 1조5000억 원, 1조23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사진 현대차그룹
관세를 줄이기 위한 미국 현지 투자에도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2일(현지시간) '이민세관단속국(ICE) 급습 전부터 죽음의 일터였던 현대 공장'이라는 기사를 통해 조지아주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2022년 착공 이후 총 3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76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총사업비를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ICE는 지난달 해당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을 불법 체류자로 분류해 체포해 구금한바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물량 공세도 위협적이다. 비야디(BYD), 지리, 샤오펑 등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기술과 저비용 생산 모델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전동화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현대차 역시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브랜드 프리미엄과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동화 전환을 이끌고 있지만, 앞으로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기술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특히 차량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경쟁력 확보가 정의선 회장의 다음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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