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737일 만에 이스라엘 인질 전원 집으로…트럼프 “악몽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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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3일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의회에서 연설하기 전 아미르 오하나 이스라엘 국회의장(가운데)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늘은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연단에 올라 이렇게 선언했다. 그의 방문에 맞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인 인질 20명 전원을 석방했고,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풀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2년간 어둠 속에서 고통받던 20명의 용감한 인질이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며 “길고 고통스러운 악몽이 끝났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황금기이자 중동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며 “전쟁의 종식이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공포와 죽음의 시대가 끝나고 믿음과 희망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선 “용기와 애국심을 지닌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번 연설은 2008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에 미국 대통령이 크네세트에서 한 공식 연설이었다.

본회의장은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다. 여야 지도자들까지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외쳤고, 일부 방청객은 ‘트럼프, 평화의 대통령’ 문구가 새겨진 붉은 모자를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전에 인질 가족들을 만나 감사를 받았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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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갔다 이날 737일 만에 석방된 오므리 미란이 아버지와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전역은 트럼프의 방문으로 들썩였다. 텔아비브 해변 모래사장에는 트럼프의 실루엣과 함께 ‘감사합니다(Thank you)’ ‘홈(HOME)’이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이는 착륙 전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시민들이 준비한 헌사였다.

한때 인질 귀환을 염원하며 날짜를 표시하던 텔아비브 ‘인질 광장’ 전광판에는 이날 “그들이 집으로 온다”는 문구가 걸렸고, 광장에는 6만5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환호했다. 곳곳에는 ‘노벨 대통령 트럼프’ 현수막과 ‘당신은 우리의 수상자’라는 포스터가 걸렸다. 노벨평화상을 갈망하던 트럼프에게 이스라엘이 보낸 최고의 찬사였다.

서방 언론들은 “지친 이스라엘인들이 트럼프를 구세주로 맞이했다”(영국 가디언)고 전했다. 아미르 오하나 크네세트 의장은 트럼프에게 보낸 초청 서한에서 “이스라엘 국민은 당신을 현대 역사상 유대 민족의 가장 위대한 친구이자 동맹으로 여긴다”고 썼다.

트럼프는 이날 일정을 마치고 이집트로 이동해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함께 ‘가자 평화 정상회의’를 공동 주재했다. 회의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20여 개국 지도자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다만 중동의 항구적 평화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인질 송환을 포함한 트럼프 중재안의 1단계는 완료됐지만, 하마스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 철수를 포함한 2단계는 불확실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보증할 국제안정화군(ISF) 구성과 병력 규모, 파견국 모두 미정”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의장을 맡는 평화위원회와 그 산하의 가자지구 임시관리위원회 역시 실체가 불명확한 상태다. FT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무장해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군사작전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며 “트럼프의 선언이 실질적 평화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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