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평 공무원 유족에 유서 원본 아닌 촬영본 보여준 경찰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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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KT웨스트빌딩 앞 인도에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다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 공무원 A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우상조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조사받은 뒤 숨진 경기 양평군 공무원의 변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고인의 사망 당일 유족에게 유서 원본이 아닌 촬영본을 보여준 데 대해 뒤늦게 유감을 표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는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청 소속 50대 사무관급(5급) 공무원 A씨 사건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설명했다.

경찰은 A씨 사망 당일 현장에서 양평경찰서 경찰관이 유족에게 유서의 원본이 아닌 촬영본을 열람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유서는 노트 21장 분량으로, A씨가 특검 조사를 받은 지난 2일부터 사망 하루 전인 9일까지 일기 형태로 쓴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괴로움과 가족에게 전하는 말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유족에게 고인의 필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서 촬영본을 보여줬다"며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흡했고 원본을 열람케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족이 A씨 사망 직후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유서를 봤기 때문에 13일 유서 원본을 열람하도록 하고, 유족 요청에 따라 사본도 제공했다"며 "비록 사후 조치였지만 미흡한 점을 치유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을 마치는 대로 유족에게 건네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국민의힘이 공개한 A씨의 메모에 대한 수사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메모에는 특검의 강압 수사에 힘들다는 내용과 특검이 양평군수였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의 지시에 따랐다는 취지로 진술할 것을 회유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만 가지고도 변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가능한 데다, 해당 메모가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되지도 않아 수사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며 "메모는 사건 현장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A씨가 직접 작성한 것인지) 진위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은 김 여사 관련 의혹 중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 2일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의혹은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씨의 가족 회사 ESI&D가 2011∼2016년 양평 공흥지구에 아파트 개발사업을 하면서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A씨는 2016년 양평군청에서 개발부담금 관련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동료들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0일 혼자 사는 A씨가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자 집으로 찾아갔다가 숨진 A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9일 오후 8시 32분 귀가했고, 이튿날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 사이 집에 드나든 사람은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으며,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최종 감정서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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