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동영 "평화적 두 국가, 정부 입장 될 것"…개성공단 재가동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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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남북 평화적 두 국가론'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위한 실용적 접근이라는 주장이지만, 통일을 지향하는 국가성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 장관은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를 위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복원을 추진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국정 과제에 '남북기본협정 체결'이 들어 있다"면서 "적대적 국가, 반국가 단체와 남북기본협정 체결이 가능하냐"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는 독일 통일의 법·제도적 근간이 된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모델로 남북 간 평화·공존을 위한 새로운 규범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에 대한 2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운 가운데 이는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당 의원들도 위헌성을 지적했지만, 정 장관은 "평화적 두 국가가 될 때 평화공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 제3조(영토조항)와 제4조(평화통일조항)를 언급하면서 "사실 두 국가론이라는 것 자체가 헌법에서도, 대한민국 대통령과 안보실장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뉴시스
이에 정 장관은 "평화공존 제도화가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이라며 "남북 관계는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속에서 두 국가론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오늘 통일부 장관께서 말씀하신 것은 통일부 장관으로서는 하실 수 있는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 정 장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뒤 운영을 중단한 개성공단 재가동 의지도 밝혔다. 정 장관은 업무 보고를 통해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준비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 때 해산돼 청산 법인만 남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하 개성재단)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성재단은 개성공단 운영이 전면 중단된 이후 기능과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 해산 당시 통일부 당국자는 "운영 효율성 및 공단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재단 본연의 목적인 '공단의 개발 및 운영 지원'은 사실상 수행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3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와 개성공단 일대에서 '자력갱생'이라는 선전구호가 개성공단 내부에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개성재단을 복원하더라도 공단의 재가동이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2023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한국과의 접촉을 일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에 호응하더라도 넘어야 할 허들은 남아있다.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 협력사업은 대북 합작사업과 대북 대량 현금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게 될 수 있다. 2017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는 북한과의 합작 사업 설립·유지·운영을 전면 금지한다. 또 모든 유엔 회원국 국민과 기업은 북한에 상업적 목적의 투자를 하거나 북한 국적자를 채용할 수 없다. 북한에 금융 지점도 개설할 수 없기 때문에 공단을 재개해도 급여 지급이 어렵다.
또 정 장관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위기를 고조시켜 대미·대남 협상력을 높인 뒤 협상 테이블에 나온 전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30년간 북핵 협상 과정에서 '도발→위기 고조→국면 전환→협상→합의 파기→도발 재개'라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정 장관은 북한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중·러와 반미연대를 부각하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선보인 게 위기 고조 단계라고 판단한 것일 수 있다. "공개된 정보와 자료를 분석해서 볼 때 북·미 양측 정상은 준비가 된 상태다"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있다"는 정 장관의 이런 발언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편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 내 외교·안보 분야 인사들이 남북의 자주성을 중시하는 '자주파'와 한·미 동맹을 핵심으로 보는 '동맹파'로 갈려 대립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모두가 '자주적 동맹파'"라고 반박했다. "자주가 없는 동맹은 줏대가 없는 것이며, 동맹이 없는 자주는 고립을 초래하는 것"이라면서 "모두가 동맹파여야 하고, 모두가 자주파여야 한다"라면서 정부 내 외교·안보 라인이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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