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옛날엔 국감 때 싸우다가도 멈췄다…백봉 삶 담은 연구서 출간

본문

bte9332d11023285fbaae1ce282b571b50.jpg

백봉 라용균 선생의 넷째 아들이자 정치학자인 라종일 동국대 석좌교수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백봉 라용균 연구』출판기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제공

올해도 서로를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국정감사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이 늘 그랬던 건 아니다. 과거엔 전장터 같은 국감 중에도 여야가 싸움을 멈추고 ‘반성적 정치’를 거론하곤 했다.

백봉(白峰) 라용균(1895~1984) 선생의 생애를 심층적으로 돌아본 연구서 『백봉 라용균 연구』엔 지금은 사라진 과거 정치권의 모습이 담겼다. 이 책의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엔 진영을 넘어 국익 중심의 정치를 선보였던 라용균 선생을 기리기 위한 여야 인사로 가득했다. 이종찬 광복회장과 정대철 헌정회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100여 명이 자리했다. 백봉의 넷째 아들이자 외교관·정치학자로 평생을 살아온 라종일 동국대 석좌교수는 “선친께선 자기를 앞세우거나 내세우는 걸 즐겨하지 않아 이렇게 늦은 감이 있게 연구서적을 출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국회가 마치 전장터가 됐다. 정치에서 인간관계의 기본, 상대에 대한 배려가 사라졌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백봉 선생을 기억하듯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토대로 한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홍근 의원은 “백봉 선생의 삶을 우리에게 온전히 투영해도 부족할 판”이라며 “사납고 거친 언사가 난무하는 시대에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도 “복지는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에게 나누는 것이 기본인 것처럼 정치도 많이 가졌다면 나눠야 한다”며 “개혁신당도 나누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연구서는 합리적 의회주의자이자 중도 실용주의자였던 백봉의 면모를 조명했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유학 시절 2·8 독립선언을 주도했고, 중국에 망명해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1922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혁명가인 블라디미르 레닌을 만났고, 김규식의 권유로 영국 유학을 떠나 선진 의회 민주주의를 배웠다.

bta43e3e9e40f90ab1a35d7788dd7cdf42.jpg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백봉 라용균 연구』출판기념회에는 여야 인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정치인을 포함해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제공

‘백봉 라용균 연구 발간위원회’의 주대환 위원장은 이 책 서문을 통해 “해방이 되어 건국할 시점에 라용균이야말로 준비된 제헌 의원이었다”며 “이런 분들이 제헌 국회 의사당에 앉아 중심을 잡아 주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기틀이 제대로 잡혔다”고 평가했다. 정대철 회장도 “백봉 선생은 품위 있는 정치, 예절 있는 정치, 배려하는 정치로 대단히 유명했다”고 회상했다.

bt46695d65aeca10f95b1fcd7de1a32806.jpg

백봉 라용균 선생의 생전 면모가 담긴 서적.

책에서는 그의 정치인 시절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실렸다. 저술에 참여한 김주용 원광대 교수는 “온화하다고 평가받는 라용균 선생도 ‘국회의원들은 게으르지 마라’라고 말씀하며, 임시정부에서 활동할 당시 의원들이 출석을 안 하면 직접 탄핵을 했다”며 “엄중한 국권 상실 시대에 딴 짓을 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공동 저자인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라용균 선생은 박정희 정권 시절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을 역임하면서 부의장실을 여야 간 조정·협상·타협을 하는 자유로운 공기가 흐르는 곳으로 만들었다”며 “우리 정치 현실에서 돌아볼 부분”이라고 했다.

라용균 선생의 호를 딴 ‘백봉 신사상’은 1999년 제정됐다. 동료 국회의원과 국회 출입기자단 등의 평가를 통해 모범적 의정 활동을 펼친 국회의원에게 매년 12월 주는 상이다. 김근태·조순형·맹형규 전 의원이 1회 수상자였고, 최다 수상자는 2007년 이후 4차례 상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2·3회), 정세균 전 국무총리(7·8회), 문희상 전 국회의장(16회) 등 내로라하는 정치인도 이 상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3년 ‘25회 백봉신사상’에서 모범 국회의원을 선정하는 ‘베스트10’ 의원에 선정됐다.

btb5a2fe627b0a0b319da1c9eec590ba10.jpg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 한나라당 의원 시절 백봉신사상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이후 백봉신사상 대상을 4차례 수여해 최다 수상자다. 중앙포토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57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