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늘 계약서 쓰면 6억 나와요?"…규제 전 막차 타려 은행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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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규제 전 주택 매매 막차를 타려는 이들이 은행·부동산에 대출 한도 등을 묻는 문의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직장인 이모(42)씨는 14일 오후 회사 근처인 서울 공덕동의 한 은행을 급하게 찾았다. 추석 연휴에 아파트 매물을 보고 가계약금을 보냈는데, 정부 부동산 대책이 임박하면서 매수 전에 대출 한도가 줄어들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6억원 가까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는 것으로 예산을 짜둔 상태다. 상담을 마친 이씨는 “매도인 일정 때문에 오늘 퇴근하고 계약서를 쓰기로 했는데 지난 며칠 동안 규제가 나올까 봐 조마조마해 일이 손에 안 잡혔다”며 “은행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설명을 듣고 나니 계약서 작성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며 세 번째 대책을 예고하면서, 최근 은행엔 대출 수요자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 규제 전 주택 구입 막차를 타려는 이들이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까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에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는 더 센 ‘패키지 규제’을 예고한 상태다.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현행 기준보다 축소되는 방향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성동구와 마포구의 아파트값은 각각 0.78%, 0.69%가 올라 6·27 대출 규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는 추가 대책을 예고한 상태다. 연합뉴스
특히 추석 전후 집을 구매했거나 이른 시일 내 전셋집을 잡아야 하는 이들이 분주해졌다. 앞서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출 규제 당시 정부는 다음 날 체결되는 매매 계약까지만 기존 대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계약금만 보낸 경우는 해당하지 않고, 계약서를 비롯해 거래 일자를 증빙할 문서가 있는 경우로 제한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할 예정인 박모(32)씨는 “한 달쯤 전 대출을 신청했는데 잔금 치르기 전에 대책이 나오면 대출 실행이 안 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며 “규제 전 쓴 계약서와 계약금을 보낸 영수증, 부동산거래신고필증도 챙겨뒀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화 문의도 많이 온다”며 “6·27 땐 당일 밤에 본사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왔는데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안내하면서 이번엔 다를 수 있다고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인중개소에서도 계약서 작성일을 당길 수 있냐는 문의가 꾸준히 이어졌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임모(50대)씨는 “보통 가계약금 넣고 일주일 정도 뒤에 계약서를 쓰지만, 최근엔 당일에 바로 쓰자는 매수인이 많다”며 “추석 전주에만 두 명이나 날짜를 당겨 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대출 관련 오픈 채팅방이나 부동산 커뮤니티엔 주담대·전세대출 상품을 홍보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주 대책이 나온다고 하니 은행 창구 대출이 엄청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 처리 빠른 대출모집인을 소개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전세 대출자에게도 DSR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신용대출 상품과 금리를 문의하는 글도 많았다.

김지윤 기자
은행들은 연간 가계대출 총량을 고려해 대출 수요 증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담대·전세대출이 축소되면 신용대출을 대신 찾는 이들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대부분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에 근접했거나 이를 초과한 상황이어서 신규 대출을 제한하고 이미 실행된 대출에 대해서도 상환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DSR과 LTV의 변화와 함께 대출 수요 ‘풍선효과’ 등을 주시해 대출 정책을 조정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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