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늘 계약서 쓰면 6억 나오나요” 규제 전 은행 몰린 대출 수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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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42)씨는 14일 오후 회사 근처에 있는 서울 공덕동의 한 은행을 급하게 찾았다. 추석 연휴에 아파트 매물을 보고 가계약금을 보냈는데,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서다. 이씨는 “6억원 가까이 대출을 받는 것으로 은행 상담은 했는데, 규제 때문에 한도가 줄어들까 조마조마해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오늘 퇴근하자마자 바로 본계약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더 센 ‘패키지’ 부동산 대책을 예고하면서 은행에 대출 문의가 크게 늘었다. 이날 은행 관계자는 “대출 관련한 창구 방문도, 전화 문의도 많다”며 “6·27 대책 기준으로 안내하면서도 이번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출 규제 당시 정부는 다음 날 체결되는 매매 계약까지만 기존 대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계약금만 보낸 경우는 해당하지 않고, 계약서를 비롯해 거래 일자를 증빙할 문서가 있는 경우로 제한했다.

추석 전후 집을 구매했거나 이른 시일 내 전셋집을 잡아야 하는 이들이 분주해졌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임모(50대)씨는 “보통 가계약금 넣고 일주일 정도 뒤에 계약서를 쓰지만, 최근엔 당일에 바로 쓰자는 매수인이 많다”며 “추석 전주에만 두 명이나 날짜를 당겨 계약서를 썼다”고 전했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에 근접했거나 이를 초과한 상황이다. 신규 대출을 제한하고 이미 실행된 대출에 대해서도 상환을 유도해야 하는 처지다. 은행 관계자는 “규제 변화와 함께 대출 수요가 주담대·전세대출에서 신용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해 대출 기준을 조정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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