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국의 마스가 보복…이 대통령 갔던 필리조선소 콕찍어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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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2023년 말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투입해 인수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구체화할 핵심 현장으로 꼽힌다. 사진은 올해 8월 16일(현지시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 중인 모습. [사진 한화오션]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과 중국 기업·개인 간 거래를 제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제재 대상을 한화오션의 미국 사업부 등으로 제한하긴 했지만, 향후 HD현대 등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참여하는 다른 한국 조선사들로 제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조선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가까워질수록 보복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한국 조선산업은 이제 기술력 외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중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해당 조치가 당사에 미치는 사업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중국 측은 이들 자회사가 미국의 301조 조사에 협조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중국 매체들은 한화오션이 미국 정부에 기술 자료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이 한·미 마스가 프로젝트의 상징성이 짙은 한화오션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본다. 한화오션은 2023년 말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엔 미국 조선업에 50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국 조선업 재건과 미 해군 전력 증강을 돕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월 정상회담 직후 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그동안 중국 관영매체들은 마스가를 “위험한 도박”이라고 비판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국내 다른 기업들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한화오션 본사를 ‘제재 대상과 연계 기업’으로 간주하거나, 중국 국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거래를 회피할 경우 대중국 사업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이번 제재는 한화오션뿐 아니라 HD현대 등 한국 조선사의 미국 진출 움직임 전체를 견제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차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저가 기자재나 원자재는 여전히 중국산 의존도가 높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배관, 전기장치, 해양 설비 등 일부 부품은 중국산 비중이 높다”며 “만약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까지 나온다면 생산 일정 차질이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핵심 기자재는 국산화율이 높고, 국내 조선사들이 공급선을 미국·유럽,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해 온 만큼 즉각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번에 한국 조선업이 미·중의 패권 경쟁 속에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수 있는 처지임이 확인된 만큼 정교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조선업을 추격하며 조선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운 중국이 미국의 해군력 재건을 견제하기 시작한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명현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이제 조선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제 안보와 외교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와 업계가 기술력뿐 아니라 지정학적 판단과 대응 전략을 함께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의 제재 소식 이후 한화오션은 전날 종가 대비 5.76% 급락해 10만3100원에 장을 마쳤다. HD현대중공업은 4.06% 하락한 49만6000원, 삼성중공업 역시 4.72% 하락한 2만12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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