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정부, 중기대출 늘리라는데…깡통대출 60%가 중기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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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받는 ‘깡통대출’의 약 60%가 중소기업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대출만 따지면 80%에 육박한다. 금융당국이 은행 자본 규제까지 손질해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중소기업 대출 늘리기가 금융사 건전성 관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깡통대출 1년 새 2.8조 급증, 60%가 중기 대출

15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금융권 전체 무수익여신은 12조451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무수익여신(9조5952억원)과 비교해 22.9%(2조8565억원) 급증했다. 깡통대출로 불리는 무수익여신이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대출에 부도나 채무상환능력 악화 등의 이유로 금융사가 향후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못 받겠다고 판단한 대출을 모두 합한 것이다. 사실상 앞으로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악성 대출로 단순 연체 대출보다 더 부실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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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백석농공단지 한 공장이 폐업해 분양 광고 현수막을 걸어두고 있다. 중앙포토

무수익여신 중 상당 금액은 기업대출이었는데, 이 중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추 의원실이 금감원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소기업 대출에서 발생한 무수익여신은 7조4366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무수익여신의 59.7%에 달했다. 특히 가계대출을 제외한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무수익여신 중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한 비중은 78.6%에 달했다.

무수익여신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와 고금리 부담이 본격 시작했던 2023년 2분기, 금융권 전체 무수익여신(7조8769억원) 중에서 중소기업 대출(4조1598억원)의 비중은 52.8%에 그쳤다. 하지만 이 비중은 1년 뒤인 지난해 2분기 57.2%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1년 전과 비교해 비중이 2.5%포인트 더 증가했다. 특히 기업대출 무수익여신 중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분기(75%) 대비 올해 2분기(78.6%) 3.6%포인트 커졌다.

불경기에 중소기업 연체율 급증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깡통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경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가 둔화할수록 자본력이 약하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에서 빚을 못 갚는 사례가 늘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0.82%)이 전 달과 비교해 0.08%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중소기업 대출 중 중소법인 연체율은 0.11%포인트 상승한 0.9%,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06%포인트 증가한 0.72%에 달했다. 이는 대기업대출 연체율(0.14%)과 비교해 큰 격차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내세우면서 은행 자본 규제까지 고쳐, 중소기업 대출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연체율 관리 대책 등이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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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의원은 “연체율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증가 속도가 관리가 힘든 수준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면서 “자본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대출일수록 연체율 관리가 더 까다롭기 때문에 정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우량·유망 중소기업 위주로 대출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늘리더라도 건전성 관리 등에 대한 세부적 기준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사에게 단순히 중소기업 대출의 양만 늘리라고 압박하면, 부실 채권의 비중만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교적 우량한 중소기업 중에서 앞으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유망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 위주로 선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고 대출만 늘리면, 오히려 도태돼야 할 부실기업의 수명만 늘리고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 부담만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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