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AI시대, 대학 재설계를…지식 아닌 생각의 도구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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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넬슨 미네르바대 설립자가 중앙일보에 사고력을 강조한 대학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울사이버대]
“대학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암기가 목적이 되는 19세기식 교육 방식은 버려야 한다.”
대학 혁신의 모델로 주목받는 미네르바대학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벤 넬슨(50)은 14일 중앙일보에 “대학이 사고력을 훈련하는 요람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넬슨은 서울사이버대가 주최하는 세계대학총장협회(IAUP)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했다. 15일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엔 세계 고등교육계 리더 200여명이 참가했다. 1964년 설립된 IAUP는 각국 대학 총장·학장 등 고등교육기관 책임자들로 구성된 비영리 국제기구다.
이상균 서울사이버대 이사장은 “지난 25년간 한국의 온라인·인공지능(AI) 교육혁신을 이끌어온 서울사이버대가 행사를 주최해 큰 보람을 느낀다”며 “AI 시대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4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대학총장협회 창립60주년 행사에 참석한 대학총장, 고등교육기관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사이버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제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은 ‘AI 시대 고등교육의 혁신과 융합, 포용’을 주제로 논의했다. 숀 첸 IAUP 회장은 “대학은 의학·공학·인문학·예술 등 전 분야의 교육과정을 재설계하고, 교육자와 학생이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교육 분야에서 AI를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글로벌 연합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대학이 비판적 사고력을 갖춘 리더를 양성하도록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넬슨은 최근 미국 등에 챗GPT 등이 교사를 대신하는 학교가 등장하는 상황을 두고 “사고력을 키우는데 집중하지 않는다면 겉모습만 트렌드에 따라가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챗GPT는 우리가 아는 모든 지식을 바탕으로 확률적으로 맞는 답을 제시할 뿐”이라며 “한 번도 경험 못 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건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비판적 지혜’를 키우려면 사고력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력·비판·교감·의사소통을 ‘사고의 도구’이자 4대 핵심 영역으로 정한 미네르바대학은 학생이 어떤 전공을 선택하든 이를 반복 훈련한다.
넬슨은 골프를 예로 들면서 “기존 대학은 여러 강사가 스윙·그립·스탠스를 각자 따로 가르치는 식”이라며 “학생이 배워야 할 건 현장에서 소용없는 지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인 그는 학창 시절 “어떤 과목은 너무 쉬워 배울 게 없고, 다른 과목은 너무 어려워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학은 그저 학점을 부여할 뿐이었다”며 “점수와 외형에 의해 대학이 운영된다는 걸 깨닫고 새로운 교육 방식에 관심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미네르바의 모든 수업은 실시간 온라인 토론으로 진행된다. 신입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학기를 보낸 뒤 3년간 서울·베를린 등에서 6개월씩 생활을 한다. 넬슨은 “첫 졸업생 4명이 실리콘밸리에서 최고의 액셀러레이터(AC)로 통하던 회사에 취업했다. 창업이나 대학원 진학을 택하는 학생도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해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대학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헛돈 쓰는 셈”이라고 말했다. 넬슨은 “미네르바는 세계 최고의 교육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10년 동안 1억 달러(약 1430억원)를 들였다”며 “정부도 대학을 지원할 때 새 시대에 맞는 커리큘럼을 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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