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빚 못 갚자 “캄보디아서 일하면 탕감”…채무자 팔아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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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남부 도시 시아누크빌에 있는 범죄 단지로 추정되는 건물의 모습. 1층 유리문에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법정 최고 이율의 265배인 불법 대출 빚에 허덕이다 ‘캄보디아 가서 일하면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 불법 대부업체 꾀임에 넘어간 20대 남성이 현지에서 감금됐다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피해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에 사는 20대 남성인 A씨(무직)는 지난 6월 한 대부업체에서 생활비에 쓸 220만원을 빌렸다. 이후 원금에 달하는 돈을 갚았지만 상환액은 도통 줄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업체가 요구한 이자 상환 기간·금액을 계산해 보니, 연 이자율이 무려 5300%에 달했기 때문이다. 법정 최고 이자율(연 20%)을 훌쩍 넘은 불법 대출이었다.

A씨가 빚을 못 갚자 이 대부업체는 SNS로 계속 연락해 협박을 일삼았다. 그러면서 ‘캄보디아로 가면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 취지로 A씨를 꾀었다. “캄보디아 카지노 회사에서 1주일 동안 일하면 350만원을 주겠다”고도 했다. 캄보디아행 항공권까지 구매해 줬다. 결국 A씨는 지난 7월 17일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A씨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범죄 조직원들에게 끌려갔다. 휴대전화 등 소지품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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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일당은 A씨에게 ‘대부업체가 너를 팔아넘겼다’며 보이스피싱 일과 3000만원 상당의 몸값을 요구했다고 한다. 같은 달 18일 새벽, A씨는 이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 자신이 갇힌 건물의 3층 높이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인근 주민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한국대사관과 연락이 닿은 끝에 A씨는 20일 귀국할 수 있었다. 경찰은 이런 A씨 진술을 토대로 불법 대부업자와 캄보디아 범죄 조직 등을 수사 중이다.

앞서 지난 7월엔 20대 남녀 2명이 고수익 취업 광고에 속아 캄보디아로 갔다가 범죄 조직에 붙잡혀 감금되는 일도 있었다. 이들 남녀는 가족이 범죄 조직에 16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지불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캄보디아 감금·실종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에선 지난 5월 구직을 위해 베트남에 갔다가 연락이 두절된 50대 남성이 지난 10일 갑자기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캄보디아의 한 건물에 감금돼 있다”며 구조를 요청,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다. 한 20대 남성도 지난 8일 SNS로 지인에게 ‘캄보디아에 납치돼 있다’고 알리면서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에서도 20대 남성이 지난 5월 ‘돈을 벌어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끊겼다. 다음 달(6월) ‘캄보디아에 다녀오겠다’고 한 40대 남성 역시 출국 이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은 이들이 현지에서 납치·감금됐다거나 이들의 가족·지인이 범죄 조직으로부터 금품을 요구받은 정황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0월 13일까지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등으로 경찰에 접수된 사건은 총 14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91건은 신고 대상자의 소재와 신변 안전이 확인됐지만, 52건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외교부에 소재 파악을 요청하는 한편, 국제 공조를 통해 현지 경찰과 범죄 연관성 등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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