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캄보디아 자경단 이어 생중계 BJ까지 등장…사적 해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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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A씨는 범죄단지 생중계 이후 현지서 찍은 사진과 함께 “숙소로 이동 중“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사진 숲(SOOP) 캡처.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사건을 추적하는 자경단에 이어 현지 범죄단지를 생중계하는 인터넷 방송인(BJ)까지 등장했다. 해당 BJ는 “한국인을 석방하라”며 1인 시위까지 펼쳤다. 캄보디아서 국내 수사기관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면서 ‘사적 해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J인 A씨는 지난 12일 숲(옛 아프리카TV) 채널에서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 원구 단지 모습을 생중계했다. 이곳은 캄보디아에서 태자 단지‧망고 단지와 함께 3대 범죄 단지로 꼽힌다. 그는 이곳에서 홀로 “좋은 말로 할 때 한국인을 석방하라” “강제 감금 피해자들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1인 시위가 계속되자 단지에서 누군가 A씨 얼굴을 촬영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A씨의 방송은 실시간 시청자 수가 2만명을 넘기도 했다. A씨는 숲 측의 요청이 이어지자 방송을 종료했다. 숲 관리자는 방송 댓글 창에 “신변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지인들이 A씨의 사진을 찍어가는 행위가 확인되고 있다”며 “해당 장소를 포함해 범죄 단지 인근에서 방송 진행은 중단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오후 9시부로 프놈펜을 특별여행주의보 지역으로 상향 조정했다. A씨는 지난 11일 밤 캄보디아로 출국했고, 그 이튿날 오전 원구 단지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2일 오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 소식 남긴다”며 “현재 숙소에 가고 있다. 기사님이 다른 곳에 내려주셔서 방송하는 척하며 가고 있다. 걱정 안 해주셔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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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중국 국적 남성의 여권 사진. 이 남성은 최근 캄보디아 수사당국에 체포된 중국인 3명과는 다른 인물이다. 사진 텔레그램 캡처.

캄보디아 현지의 한국인 대상 범죄를 개인이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13일 오전 한 텔레그램 채널엔 캄보디아 현지에서 고문으로 숨진 박모(22)씨 관련 ‘사건의 전말’이란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박모씨를 살해한 주범은 중국인 리모(34)씨란 내용이 담겼다. 리씨가 박씨에게 마약 투약을 강요하고 박씨를 고문하는 영상을 촬영했다는 주장이다.

이 글을 쓴 채널 운영자 천마는 “리씨가 지난 2023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음료 사건 당시 유통총책이었다”라고도 말했다. 당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무료 시음회를 가장해 학생 13명에게 필로폰을 섞은 ‘마약 음료’를 나눠준 사건이다. 그는 “20대 청년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고민하다 자료들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채널 운영 취지를 “범죄 예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수시 기관과 언론사 관계자들은 한국에 머물고 있는 범죄 조직원들을 꼭 소탕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지 대사관이나 경찰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채널엔 응원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채널들이 난립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도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캄보디아 한인 대상 범죄 관련 제보 채널에선 캄보디아 대규모 범죄 단지(웬치·园区)에서 키우는 사자·호랑이 등 맹수들이 피해자들의 시체를 처리하고 있다는 글도 올라왔다.

공권력 공백 속에 이어지는 이런 ‘사적 제재’가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의로운 동기여도 개인이 또 다른 개인의 인권을 함부로 침해할 수는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정법 위반이지만, 공권력 공백이 이어지는 한 사적 제재는 횡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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