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국 의미있는 대안 제시"…관세 협상 급물살, 정책실장-산업장관 동시 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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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2025.10.1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타결을 목표로 한국과 미국이 막판 관세 협상에 돌입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해 추가 협상을 진행한다. 최근 미국이 한국 측에 협상 수정안을 제시해, 이에 대한 후속 협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산업부는 15일 김 실장과 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16일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함께 워싱턴 DC로 이동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선발대로 출국해 협상을 준비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5∼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등 참석을 계기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최근 2주간 미국이 한국 측 수정 대안에 ‘의미 있는’ 반응을 보였고, 새 제안을 전달하면서 협상 기류가 달라졌다. 김용범 실장은 이날 삼프로TV와 인터뷰에서 “미국 쪽에서 한참 동안 말이 없었는데, 이번에 김정관 장관이 갔을 때 미국 쪽에서 의미 있는 코멘트를 했고, 상당히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정관 장관은 추석 연휴 중이던 지난 4일 ‘카운터파트’인 러트닉 장관과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최대 쟁점은 3500억 달러(약 49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다. 한국은 미국 관세 인하를 위해 3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지만, ①투자 구조(현금 vs 보증) ②무제한 통화스와프 ③투자 배분(상업적 합리성) 등 3대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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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정부 무역 협상단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관세 협상에 타결한 뒤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백악관 엑스(X)

미국 정부는 일본처럼 3500억 달러를 대부분 현금으로 제공하는 ‘백지수표’ 방식을 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성과 재정 부담을 고려해 직접 지분 투자는 최소화하고 보증과 대출 중심으로 투자 구조를 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이 지분 투자 규모 확대를 요구한다면 ‘안전판’ 성격의 무제한 통화스와프(양국 통화 맞교환 협약)가 필요하다는 전제도 달았다.

김 실장은 “통상적인 투자는 사업체를 만들 때 출자를 하고 자본금이 있고 대출과 보증이 함께 이뤄지는데, 당연히 통상적인 프로젝트처럼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8월 초에 미국에서 MOU(양해각서)가 왔는데 우리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형식으로 돼 있어서 물었고, 미국은 대출·보증 등을 구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실장은 “막무가내로 하면 한국으로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었고, 서로 격한 말도 오가는 상황까지 됐다”며 “미국이 한국이 말하는 상황을 이해하며, 나름대로 대안을 내놓은 것이라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제시한 수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얼마나 반영했는지 여부가 이번 협상의 분수령이다. 김 실장은 “3500억 달러를 일시에 낼 수는 없으며, 미국 제조업 부흥에 실질적 기여가 가능한 사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타협안이 나오는 시점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데드라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정상이 만나는 계기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APEC이 실질적으로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책실장까지 투입된 것은 정상 간 회담 전 협상 틀을 안정화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번 방미에서 합의의 골격을 마련하고, 세부 문구 조정 등은 이후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국이 수정안을 통해 투자 구조나 보증 조건을 일부 완화했다면,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미 협상 타결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3500억 달러 현금 투자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한 듯 보이며, 보다 현실적인 수정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3~4개월째 이어진 협상 장기화로 양측 모두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오히려 타협 의지가 커진 측면도 있다. 9월보다 10월이 협상 여건은 더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부담은 커졌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협상을 조기에 타결할 필요성도 커졌다”며 “중국과의 협상 전선이 넓어진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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