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울 집 마련, 꿈도 못 꾸나”…겹규제에 연말 ‘대출 절벽’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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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0.1/뉴스1

‘집 구입용’ 대출 절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 6ㆍ27 대출 규제로 서울(수도권 규제지역 포함)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묶은 데 이어 이번엔 주택 가격에 따라 한도를 최대 2억원까지 낮췄다. 여기에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40%로 강화됐다.

이번 대출 규제의 핵심은 주담대 최대 한도를 주택 가격에 따라 차등 적용한 것이다. 16일부터 수도권ㆍ규제지역에서 시가 기준으로 15억원 넘는 주택부터 주담대 한도가 줄어든다. 시가가 15억원을 넘고 25억원 이하인 주택의 대출 한도는 4억원, 25억 초과 땐 2억원으로 쪼그라든다.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신고가 랠리’가 주변 집값을 자극하자, 금융당국은 고가 주택의 대출 한도를 한층 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24억6854만원)ㆍ서초구(23억6048만원)ㆍ송파구(17억6892억원) 등 강남 3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약 21억9900만원이다.

이번 규제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금지했던 문재인 정부의 12ㆍ16 부동산 대책(2019년)과 비슷하다. 문제는 당시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오히려 현금 부자들이 15억원 이상 강남 알짜 매물을 주워 담는 ‘그들만의 리그’가 열렸다는 사실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권과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며 “이곳에서 대출에 구애받지 않는 (현금 부자들의) 주택 매수는 통제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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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무주택 실수요자의 ‘서울 집 마련’도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존 규제지역(투기과열ㆍ조정대상지역)이었던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비롯해 서울시 전체와 경기도 과천ㆍ분당 등 12곳이 규제지역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주택자가 구입할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LTV)가 자동으로 70%에서 40%로 줄어든다. 예를 들어 9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살 경우 기존에는 최대 6억원까지 빌릴 수 있었지만, 이제 3억6000만원으로 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규제지역에선 대출자의 빚 갚는 능력(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ㆍDSR)을 따질 때 적용하는 스트레스 금리(가산 금리) 하한선도 1.5%에서 3%로 높였다. 스트레스 금리는 실제 대출 금리에 반영되진 않지만,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 소득이 1억원인 대출자가 서울서 4% 변동금리로 주담대(30년 만기)를 받을 경우 대출 한도는 스트레스 금리 인상으로 기존보다 약 8600만원이 감소한 5억100만원이다. 같은 조건에서 연 소득이 5000만원일 땐 대출 한도는 2억5100만원으로 4300만원 줄어든다.

규제지역에선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도 차단된다.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할 때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고, 이미 전세대출이 있다면 규제지역 내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취득할 수 없다. 또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빌렸을 때도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간 규제 지역 내 주택을 살 수 없다.

연말로 갈수록 은행권의 대출 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올 한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초과한 시중은행이 늘고 있어서다. 당국 제재를 피하려면 연말까지 신규 대출을 줄이고, 기존 대출 상환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내년 1월부터는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한다. 일반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 은행의 가계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목표치를 맞추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춰서라도 대출을 확 줄여야 한다”며 “연말까지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이번 대출 규제가 집값을 잠시 눌러두는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요자가 원하는 공급 없이 대출 규제만 강화하면 단기 효과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차등화는 현금이 많은 자산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상환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의 자산 형성 기회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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