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남 10억 오를때 1억도 안 올랐는데…규제라니" 실수요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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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5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서울 전역과 분당 과천 등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확대 지정되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수도권·규제지역의 시가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의 경우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축소된다.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이제 아파트 청약 당첨된들 돈 없어서 못 들어가겠네. 서민들은 내집 마련 꿈도꾸지 말란 건가.”
“서울 변두리에 사는 것도 서러운데 왜 싸잡아 규제하나. 하다하다 거주 이전의 자유까지 빼앗나.”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규제지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낮추는 이재명 정부 세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와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에 비하면 집값 상승세가 미미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이번 대책의 취지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15일 정부는 서울 25개 자치구는 물론 경기 남부 12개 지역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그 중 한 곳에 사는 최모(40ㆍ안양 동안구)씨는 “강남 10억원 오를 때 1억원도 안 올랐는데 싸잡아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파트값이 떨어지기라도 해야 정상이란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 중인 우모(39)씨도 “집값 상승이 거의 없는 지역인데 규제 지역에 묶였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며 “묻지마 규제 지역 확대에 부동산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커질 것 같다.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를 늘리는 식으로 정면 승부를 해야지 변죽만 울리는 건 너무 비겁하다”고 말했다.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들은 더욱 허탈해 했다. 지난해 결혼한 후 올해 자녀를 출산한 주모(41)씨는 “내 집 마련을 통한 주거 이동 사다리를 정부가 걷어찬 것 같아 배신감이 든다”며 “직장인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집을 살 수 없게 되는 건데, 결국 현금 부자들만 자산 증식 등 온갖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재원으로 4년째 태국에 머물다 내년 초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인 조모(43)씨도 “애들도 크고 해서 돌아가면 좀 넓은 집을 구할까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평범한 실수요자까지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매우 불쾌하다”고 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도 들끓었다.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조차 “(주거) 사다리를 아예 끊는 수준”, “부동산 좀 건드리지 마라. 건드릴 때마다 2배씩 오른다”, “정권 교체 미리 축하한다”는 글로 도배됐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이제 공산 국가처럼 사는 지역이 신분이 될 것”, “실거주하려고 돈 모았던 사람들이 가장 열 받는다”, “투기는 고사하고 그냥 집 사러도 안 오는 동네를 투기과열지구로 묶다니 중산층을 빈민으로 만들려는 거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잘한다. 부동산 투기 광고도 규제하라”라거나 “25억 원짜리 부잣집은 본인 돈으로 사는 게 맞다”, “외국인도 (고가주택) 실거주 안 하면 구매 금지 시켜라” 등 정책을 지지하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주택 가격이 25억원 이상이면 2억원까지 대출 한도를 조이는 식으로 가격에 따라 차등화한 걸 두고는 원칙을 무시한 규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금융권 종사자는 “금융의 기본 원칙은 담보가치가 높을수록 대출을 더 해주는 건데, 부동산만 역행하도록 하는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고강도 규제에 따른 시장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토교통부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로 다운되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를 팔아도 갈 곳이 없다는 분은 매물을 내렸고, 전세 낀 아파트를 빨리 팔아야 하는 매도자는 호가를 2억원 가량 낮췄다”며 “그런가 하면 여유가 있는 분은 매물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호가를 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한도와 관련한 고객 문의가 쏟아지면서 영업점이 평소보다 분주했고, 일부 고객들은 이미 계획했던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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