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세 끼고 8억에 사던 59㎡ 마래푸, 이젠 현금 16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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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도 남부 12개 지역(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으로 확대 지정된다. 또 수도권·규제지역의 15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기존 6억원에서 집값에 따라 4억·2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중앙일보 10월 14일자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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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이재명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토허제·규제지역·대출’ 등 삼중 규제로 묶는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 등 두 차례 부동산 대책에도 수도권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전례 없이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집값 띄우기’ 등 부동산 불법 행위를 직접 조사·수사할 수 있는 감독기구도 국무총리 직속으로 설치된다.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무조정실·국세청은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역 지정은 16일부터 시행되며,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 기한은 이달 20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다. 국토부는 조정·투과지역은 6개월마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토허구역은 지정기한 종료 후 재심의할 계획이다.

그동안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구 단위 또는 공공택지 개발지구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이 지정된 적은 있어도 서울시 전체가 토허구역으로 광범위하게 묶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전세를 낀 매매(갭투자)가 금지되고, 2년 실거주 요건이 생긴다. 또 지자체장에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허가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진다. 이는 주요 지역 집값 상승세가 인근 지역으로 번지는 풍선 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마포·성동구 등 ‘한강 벨트’와 재건축 호재가 있는 경기 분당·과천 등은 6·27 대출 규제 후 ‘똘똘한 한 채’ 매수 수요가 몰리며 갭투자가 급증했다. 두세 달 새 매매가격이 1억~3억원씩 뛰는 등 시장이 과열됐다. 최근 3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서울 성동구(5.01%), 경기 성남 분당구(4.99%), 경기 과천시(3.81%), 서울 광진구(3.57%), 서울 마포구(3.17%) 등의 순으로 높았다(부동산원 주간조사 기준).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한강 인접지역의 시장 불안이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주택시장 안정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국민들의 내 집 마련과 주거 안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25억 넘으면 2억까지만 대출…‘현금부자’만 집 산다

하지만 시장에선 실수요자 매수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규제지역 지정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70%에서 40%로 축소되고, 금융위의 추가 대출 규제로 주택 금액별로 주담대 한도가 줄어서다.

예를 들어 마포구의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면적 59㎡ 20억원대 아파트를 살 경우, 이전에는 전세보증금 12억원을 끼고 현금 8억원을 보태 살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최대 4억원밖에 대출이 안 돼 현금이 최소 16억원 있어야 매매가 가능하다. 진짜 ‘현금 부자’만 집을 사는 세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도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10·15대책은 금액별 대출 차등화를 통한 상급지 갈아타기, 토허제 지정을 통한 아파트 갭투자 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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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집값이 높지 않은 서울 외곽까지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시장을 얽매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대출 ▶세제 ▶청약·전매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등에서 규제가 대폭 강화되기 때문이다. 세제도 강화된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가 2주택은 기본세율(6~45%)에서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전면 배제된다. 양도세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도 2년 보유 외에 2년 거주 요건이 추가된다.

청약에서는 국민·민영주택의 1순위 자격 요건이 통장 가입 후 2년 이상 가입자와 세대주 등으로 강화되고, 가점제 적용비율이 높아지며, 재당첨 제한도 최대 10년으로 강화된다. 정비사업도 타격을 받는다.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며 재건축 조합원당 주택공급 수가 1주택으로 제한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위축을 넘어 거래가 ‘올스톱’될 수 있을 정도의 초강력 규제라고 평가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금 자산가만 구매할 수 있는 고가 주택시장만 버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요자가 원하는 공급 없이 대출 규제만 강화하면 단기 효과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면서 “상환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의 자산 형성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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