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파출소 근무 12→8시간 줄이려는데…경찰들 "시위하자" 반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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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지구대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 연합뉴스
경찰이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지역 경찰의 하루 근무 시간을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는 근무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경찰 사이에서는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외려 장시간 근무가 낫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무의 연속성을 떨어뜨리는 비효율적인 체계”(일선 지구대 팀장)라는 이유에서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일선 지구대·파출소 8곳은 지난 13일부터 3교대 근무를 시범 운영 중이다. 주·야간 각 12시간씩 근무하는 기존 4조 2교대 체계를 4조 또는 5조 3교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경찰청은 이를 12월 7일까지 8주간 운영하고, 현장 만족도를 평가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지구대·파출소 경찰들은 대체로 4조 2교대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간(오전 7시~오후 7시)과 야간(오후 7시~오전 7시) 근무를 기본으로, ‘주간→야간→비번(아침 퇴근 후 당일 비근무)→휴무’를 반복한다. 만약 이를 4조 3교대로 변경하면 기본 근무시간이 주간(오전 7시~오후 3시), 오후(오후 3시~11시), 야간(오후 11시~오전 7시)으로 나뉘고, ‘주간→주간→오후→오후→야간→야간→비번→휴무’를 반복해야 한다.
쉽게 말해 4조 3교대는 기존 4조 2교대와 비교해 하루 근무 시간이 4시간가량 줄어든다. 하지만 1년으로 보면 총 근무 시간은 같고, 휴일이 80일 정도 줄어드는 셈이다. 경찰은 이를 통해 “적은 근무 시간으로 업무 집중력을 높여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겠다”(경찰 관계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달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영흥도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 숨진 故 이재석 경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근무 체계 변경엔 해양경찰관 이재석 경사의 순직 사건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경사는 지난달 11일 새벽 70대 중국인 갯벌 고립자를 홀로 구조하다가 숨졌다. 이날 중앙일보가 입수한 경찰 내부 문건에는 ‘최근 장시간 근무로 인해 집중력 저하, 현장 대응력 약화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최근 해경 순직 사고 관련, 언론은 (장시간 근무로 인한) 과도한 휴게 시간, 2인 1조 출동규정 미준수 등을 언급했다’는 등의 이유가 적혀있다.
이러한 대책을 두고 “정시 출·퇴근이 불가능 한 현장 경찰에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주 경찰 내부 게시판인 현장 활력소엔 “현장 경찰이 8시간 근무만 한 후 곧바로 퇴근할 수가 있느냐, 사실상 1주일에 6일을 밤·낮이 바뀐 채 일 하라는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일선 지구대 소속 A 경감도 통화에서 “예컨대 오전에 팀이 다 같이 모여 회의를 한 다음 본격적으로 현장에 나가면 오후 3시(퇴근 시간)가 되는 구조”라며 “팀원들의 자발적 추가 근무가 없으면 성과를 내기가 상당히 어려운 체계”라고 말했다.

지난주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라온 경찰 근무 체계 변경 반대 입장글. 블라인드 캡처
젊은 경찰들이 주로 쓰는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도 ‘단체로 병가를 내고 시위를 하러 가야 한다’, ‘이참에 육아 휴직해야겠다’, ‘인력부터 늘리길 바란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실제 4조 2교대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시행하지 못하는 곳이 적잖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4조 2교대를 희망하는 지구대·파출소 117곳을 전환하는 데만 465명의 충원이 필요했다.
다만 경찰청은 아직 시범 운영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범 운영 기간 중 성과를 분석하고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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