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6일(현지시간) 중국이 최근 한화오션의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것에 대해 한·미간 조선 협력을 약화하려는 시도이며 “미국은 한국과 단호히 함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한화오션에 대한 중국의 제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국내 언론의 질문에 “민간 기업의 운영을 간섭하고, 미국 조선 및 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미 협력을 약화시키려는 무책임한 시도”라고 답했다.

지난 8월 26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가 정박해 있다. 뉴시스

국무부는 이어 “중국의 행동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의 경제 협력 강화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줄 뿐”이라며 “동시에 한국을 강압하기 위한 중국의 오랜 패턴의 최근 사례”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화그룹은 1억달러(약 1400억)를 투자해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한화오션은 한·미 조선업 협력을 뜻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화필리조선소를 직접 찾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방명록 작성 후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한화오션 미국 내 관련 자회사가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을 지원해 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해치고 있다”며 제재를 발표했다. 대상엔 한화필리조선소를 비롯해 한화쉬핑,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이 포함됐고,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이 중국 내 모든 조직 및 개인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한화오션에 대한 중국의 제재에 대한 공식적 비판 입장을 밝힌 이날 한·미 양국은 백악관에서 조선업 협력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무역협상의 후속 논의를 위해 방미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이날 백악과 예산관리국(OMB)을 찾았다. 백악관 업무 시설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러셀 보트 OMB 국장과 50여분 만난 김 실장과 김 장관은 “마스가에 대해 여러가지 건설적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방문하기 위해 워싱턴DC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을 방문했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은 한미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대해 백악관 당국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김 장관은 중국이 한화오션의 자회사에 제재를 가한 것과 관련 “그런 이야기까지는 아니었고, 구체적으로 (마스가와 관련해)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안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동행했다.

김 실장은 한편 한·미 간 최종 무역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OMB 방문을 통해 가시적인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기대하느냐고 묻자 “OMB는 직접적으로 협상을 하는 부처는 아니다”라며 “(한·미 간) 중요한 프로젝트 중에 하나에 대한 본인들(미국)의 입장을 저희가 청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OMB에 이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양국간 무역협정 최종 타결을 위한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양국간 협상은 지난 7월 30일 큰 틀의 합의를 이뤘지만, 한국의 대미 3500억 달러 투자패키기의 구성 방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교착 상태를 지속해오다 이달 말 경주 APEC을 앞두고 협상이 진전되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