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HD현대 정기선 회장 승진...정주영-정몽준 이어 다시 ‘오너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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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당시 HD현대 부회장이던 정기선 회장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2025 리셉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HD현대

‘현대가 3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1988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온 HD현대가 37년 만에 다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글로벌 통상 환경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바뀌며 조선·에너지 산업 지형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오너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HD현대는 17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냈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회장을 맡아온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고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 정 회장은 이번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부회장과 지주사인 HD현대 공동 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HD현대가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된 것은 정 회장의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13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명예회장에 추대된 1988년 이후 37년 만이다. 정기인사를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긴 만큼, 정 회장은 오는 12월 예정된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에 대비해 조직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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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HD현대 권오갑 회장(왼쪽)과 당시 정기선 부회장이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 회장은 1982년 생(만 43세)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사(MBA)를 마친 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를 거쳐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했다. 2018년 HD현대 경영지원실장, 2021년 HD현대 대표이사와 조선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HD현대 지분 26.6%를 보유한 정 회장의 부친 정몽준 이사장을 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해왔다. 현재 정 회장의 HD현대 지분은 6.12%다.

최근 HD현대는 조선업 업황이 살아나면서 다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HD현대의 자산총액은 2023년 80조6700억원에서 지난해 84조7380억원으로 늘며 GS를 제치고 재계 8위에 올랐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35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3년엔 영업이익 2923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한 데 이어 지난해 1조43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향후 HD현대의 핵심 사업인 조선 부문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조선 시장 진출을 위한 수주 역량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의 합병으로 방산·특수선 분야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데, 이를 통해 미국의 해양방산 수주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크레인 수출 등 한·미 조선협력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12월 설립되는 싱가포르 투자법인을 통해 동남아 시장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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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전남 영암군 HD현대 삼호조선소에서 주요 생산 설비와 고위험 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HD현대

에너지 분야도 정 회장의 관심 사안이다. 그는 올해 3월(미국)과 8월(서울) 두 차례에 걸쳐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테라파워의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22년 HD한국조선해양이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약 426억 원)를 투자한 것도 정 회장의 주도 하에 이뤄졌다. 정 회장은 선박용 SMR 개발, 수소 벨류체인 조성, 자율운항선박 및 산업용 로봇 등 인공지능(AI) 접목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로 정 회장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도 겸임한다.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기계 사업의 체질 개선을 직접 지휘한다. 그는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인수를 주도하며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 중인 7조8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은 정 회장의 회장 승진후 첫 시험대로 거론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과 한화 김동관 부회장의 ‘3세 대결’ 구도가 명확해졌다”며 “HD현대가 해양방산 분야에서 상징성이 큰 KDDX 수주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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