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럼프 트윗에 달려가던 '6년전 김정은' 아니다? 깜짝회동 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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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미국 정부 내에서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맞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실현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트럼프의 대북 관여 의지가 다시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는 김정은만 입장을 바꾼다면 북·미 정상회담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미 CNN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아시아를 방문할 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회담을 마련할 방안을 미 정부 내에서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일본을 방문하고, 직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을 찾을 전망이다.
다만 소식통은 CNN에 “실제 회담의 진행에 필요한 진지한 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미 간 소통이 없고, 트럼프의 방문을 염두에 둔 동선 확인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경화 주미 대사도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의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고, 북한으로서도 그런 조짐을 보였지만, APEC을 계기로 무엇인가 이뤄질 거라는 조짐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이를 종합하면 미국은 지속해서 북한에 대화를 타진하지만, 북한이 불응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며 김정은에게 연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대화 재개를 목적으로 친서를 작성해 수차례 전달하려 했지만, 미국 뉴욕의 주유엔 북한대표부 소속 외교관들이 수령을 단호히 거절했다”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 보도도 백악관은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APEC 계기에 김정은과의 만남을 추진해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에 트럼프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올해 안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2019년에는 트럼프가 방한 직전 자신의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이(트윗)를 본다면 DMZ에서 만나 인사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뒤 실제 판문점 북·미 회동이 성사되기도 했다. CNN 보도대로라면 미 측은 이런 즉흥적 만남이 성사될 경우에 대비해 사전 준비를 한 것일 수도 있다.

2019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우군 확보’ 김정은, 6년 전과 다르다
다만 2019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우리더러 위헌 행위를 하라는 것”(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이라며 비핵화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응했다가 2019년 2월 ‘하노이 노 딜’로 타격을 받은 것도 북·미 대화 재개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김정은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우군으로 확보, ‘반미 연대’를 공고히 하며 전략적 몸값을 올리는 중이다. 당분간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나 제재 일부 완화 등 대화의 문턱을 높이며 버틸 것이란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동결 또는 군축 협상을 통해 제재 완화와 안전 보장을 얻으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미 대화가 다시 시작돼도 실효성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운 ‘사진 찍기’용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정은이 대남 단절 기조를 유지하는 이상 ‘코리아 패싱’이 이뤄질 수도 있다. 트럼프는 독재자를 다룰 수 있는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김정은은 사실상의 핵 보유국 인정 기반을 챙기면서 한국은 안보 직결 사안 논의에서 제외되는 최악의 결과가 이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북·미 대화를 포함해 대북 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고 북·중·러 연대가 견고해지는 만큼 깜짝 회동 가능성은 작다. 북한도 만남 뒤에는 북·미 협상을 재개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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