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메이드 인 USA’ 엔비디아 블랙웰 생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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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재건 속도

젠슨 황(왼쪽 넷째)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시간) 미국 TSMC 애리조나주 피닉스 팹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칩 블랙웰 양산 기념식에 방문했다. [사진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의 양산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TSMC 팹에서 시작됐다. 엔비디아의 최신 AI칩이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내 첨단 칩 제조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현지 생산 압박 역시 커질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17일(현지 시각) TSMC 애리조나 팹에서 블랙웰의 대량 생산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TSMC 애리조나 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칩(블랙웰)이 미국 내 가장 첨단의 TSMC 팹에서 제조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며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산업 재편 비전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블랙웰은 이전 세대인 호퍼보다 연산 효율을 크게 높여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한 칩이다. TSMC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공정을 사용해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제조업 재건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그중 반도체는 특별히 공들인 분야다. 대만 TSMC는 바이든 정부 때 66억달러(약 9조4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고 65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의 팹을 건설해 지난해 말부터 생산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미·중 무역갈등에서 곤혹스러운 처지였다. 중국은 안정적인 자국산 AI 칩을 확보하지 못해 여전히 엔비디아 칩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엔비디아 칩 판매 금지 카드를 지속적으로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번 블랙웰 생산을 통해 트럼프 정부 정책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게 됐다. TSMC 역시 미국 현지 생산으로 향후 부과 예정인 반도체 품목 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 TSMC는 애리조나 제2 공장 건설도 나선 상태다.
한국 반도체 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동아시아가 가진 첨단 칩 제조 역량이 미국으로 옮겨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향후 빅테크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생산’이라는 조건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는 단계이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파예트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첨단 공정을 자국에 두는 건 기술력 유출을 막기 위함”이라며 “한국보다 앞선 기술을 미국에서 생산하게 되면 기술력이 빠져나가지 않기 위한 노력이 각별히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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