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가운데) 경남 고성군수가 2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SK오션플랜트 지분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안대훈 기자

최근 경남 고성에 있는 해상풍력 전문기업 SK오션플랜트 지분을 모회사가 신생 사모펀드에 매각하려 하자, 자치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SK오션플랜트 주인이 바뀌면, 앞서 SK오션플랜트가 투자 중인 ‘경남 제1호 기회발전특구’의 핵심 사업인 해상풍력 특화 생산기지 조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20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오션플랜트 모회사인 SK에코플랜트가 SK오션플랜트 보유 지분(약 37%)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디오션 컨소시엄을 선정한 것에 대해 “지역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며 “매각 결정을 전면 재고하거나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경남도 역시 같은 입장을 밝히며 고성군 요구에 힘을 보탰다.

 SK오션플랜트는 지난달 1일 이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을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고성군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인 디오션 컨소시엄은 지난해 강덕수 STX그룹 전 회장 등이 자본금 26억원을 들여 설립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인 디오션 자산운용이 주도해 만들었으며 하나은행·노앤파트너스·오성첨단소재 등이 참여했다.

경남도·고성군은 “이번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60% 공정률로 진행 중인 해상풍력 기회발전특구 조성사업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까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매각으로 SK오션플랜트 지배 구조가 바뀌면, SK오션플랜트가 약속한 사업 투자가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얘기다.

현재 SK오션플랜트는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에 157만㎡ 규모의 해상풍력 특화 생산기지로 구축 중이다. 기존 내산·장좌 지구 사업장(121만㎡)과 합치면 총면적 278만㎡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SK오션플랜트가 이 사업에 약 1조원의 투자를 약속, 지난해 정부가 생산기지 조성 부지를 경남 제1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하면서 직접 고용 3600명, 생산유발효과 3조1345억원이 기대됐다.

지난해 6월 열린 기회발전특구 투자협약식에 경북(에코프로), 전남(포스코퓨처엠), 전북(효성첨단소재), 대구(엘앤에프), 대전(리가켐바이오), 경남(SK오션플랜트), 부산(코스콤), 제주(한화시스템) 등 8개 시·도지사와 앵커기업 대표들이 참여했다. 사진 대통령실

SK오션플랜트는 지금까지 부지 매립 등에 5000억원을 투자했고, 향후 시설 설비를 위해 5000억원이 넘는 투자 더 이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SK오션플랜트가 매각되면, 투자·사업 중단으로 기회발전특구 지정 자체가 취소될 우려가 크다는 게 고성군·경남도 설명이다. SK오션플랜트 내부에서도 “인수 주체가 단기 수익만 노리는 사모펀드라면 대규모 설비투자와 고용 확대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상근 군수는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해 (기존) 투자비를 전액 회수하려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부지 매립 공사를 직접 수행하면서 상당한 기업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기업 이익까지 챙겨가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 같아 유감과 실망”이라고 했다. 고성 동해면 발전위원회 관계자도 “양촌·용정 지구 조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소음 등 피해를 묵묵히 참아왔다”며 “회사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신뢰 관계가 무너지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경남도 역시 “고성 해상풍력 산업은 경남의 미래 신성장 전략산업의 핵심으로, 기업 경영상 판단이 지역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며 “고성군,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기회발전특구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지역 일자리, 산업생태계가 보호되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