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與, 허위조작 정보에 최대 5배 징벌적 손배...“권력감시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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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과 김현 부위원장, 노종면 간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언론개혁특별위원회 허위조작정보 근절안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과 유튜브의 ‘허위조작 정보’나 ‘불법 정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게 하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추진한다. 신문·방송 등 기성 언론을 규율하는 언론중재법은 그대로 둔 채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악의적’ 보도를 막겠다는 취지다.
정청래 대표는 20일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표 자리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확대하되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는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 엄히 처벌하겠다”며 “미세한 조정은 있을 수 있겠으나 당론으로 추진해 속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도부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정기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정기국회 말미에 ‘한 걸음 내디뎠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사법 개혁과 함께 언론 개혁을 이른바 ‘3대 개혁’ 과제로 꼽고 있다.
특위는 배액 배상의 대상이 되는 정보를 ▶반복적이거나 공공연하게 특정 인종·국가·지역·성별 등에 대한 혐오·폭력을 선동하는 ‘불법 정보’와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내용을 오인하도록 조작된 ‘허위조작 정보’로 각각 정의했다. 책임을 지는 ‘정보 게재자’는 조회수나 구독자 수가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하는 언론사·유튜브 등이다. 정보 전달을 업으로 삼은 게재자가 타인을 해할 악의를 가지고 불법·허위조작 정보를 고의로 유통하면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허위조작정보를 ‘악의적’으로 유통했다는 입증할 책임은 피해자가 지도록 했다. 특위 간사인 노종면 의원은 “원칙은 피해자가 (피해를) 주장하면서 (악의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특위는 악의성 입증을 객관화하기 위해 ‘악의 추정 요건’ 8가지를 개정안에 담기로 했다.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에도 자료 미제출 ▶이미 불법·허위조작 정보로 판명된 내용의 유통 ▶이미 정정보도가 이뤄진 내용의 유통 ▶소 제기 전 1년 동안 다른 불법·허위조작 정보 유통이 2회 이상 있었던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거나 피해자 입장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 ▶본문 또는 전체 내용에 없는 불법·허위조작 정보를 제목 또는 자막으로 강조한 경우 등이 악의적 정보로 추정된다.
손해액을 입증하기 어려운 손해에 대해선 법원 판단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별도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증명된 손해액 외에 추가 손해액을 5000만원까지 인정하고, 이러한 전체 손해액에 대해 배액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위는 또한 불법·허위조작 정보를 악의적으로 유통한 사실이 법원에 의해 확인될 경우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허위 정보를 유통하는 유튜버 등이 얻은 ‘슈퍼챗’ 수익은 몰수·추징 처분할 수 있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된 불법·허위조작 정보의 최초 발화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배상 책임을 묻도록 특위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 개정으로 인해 이른바 ‘입틀막 소송(봉쇄 소송)’이 남발되는 등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수 있다는 부작용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특위는 ‘전략적 봉쇄 소송 방지에 관한 특칙’도 두기로 했다.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된 경우 법원에 중간판결을 신청해 소송 절차를 중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노종면 의원은 “소위 ‘입틀막 소송’, 즉 언론 및 유튜브에 복수심으로 소송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을 안다”며 “(일률적으로 정치인과 대기업을 소송 주체에서 배제하지 않더라도) 중간판결이 인정되면 ‘일단 (소송을) 걸고 보자’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남발하다가 중간판결에서 질 경우) 정치인과 대기업 오히려 대국민 창피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위는 대규모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 투명성 보고서 공표 의무를 부과하고 불법·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신고를 규정하는 ‘한국형 디지털서비스법’(DSA)도 도입하기로 했다. 특위는 또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명예훼손을 친고죄로 개정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보도 공정성 심의’ 폐지 등을 언론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후속 과제로 추진할 방침이다.
당초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진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허위정보 제재 대상을) 언론이라고 특정하지 말자”고 말한 뒤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언론과 유튜브 전반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배액 배상 요건도 중과실 및 고의 오보를 포함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악의에 따른 오보’로 좁혔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법 개정 추진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민주당) 안에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위축을 불러올 여러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언론중재법 개정 논란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입증책임 전환’ 조항을 ‘타인을 해할 의도 추정’ 요건이란 조항으로 그대로 옮겨왔다. 8개로 정리된 추정 요건엔 취재원 공개를 강제하거나 내부 제보를 위축시킬 조항 등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곤 “조급하게 당론으로 확정하지 말고 언론계와 시민사회 등의 논의를 통해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민주당은 이미 인공지능(AI) 음성 조작 정보를 활용해 조희대 대법원장 접대 의혹을 제기하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례가 있다”며 “이는 책임 지지 않은 채 자신들에 대한 문제 제기만을 ‘허위조작’으로 규정하고 법으로 막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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