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국 ‘반도체 식욕’에, 뒤늦게 제동 건 유럽...제2넥스페리아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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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있는 넥스피리아 지점.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비상조치를 취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 동안 중국 기업들이 유럽과 미국 반도체 기업을 꾸준히 인수해온 온 만큼, 이 같은 갈등 상황이 또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가 ‘물자 확보법’(Goods Availability Act·GAA)을 발동해 넥스페리아 경영을 통제하는 권한을 갖게 된 이후, 중국 자회사에서는 ‘본사 주문을 무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경영권 박탈에 맞선 공개적 반발 차원이다.
넥스페리아는 과거 필립스반도체 후신인 NXP반도체의 사업부가 독립해 출범한 회사로 2019년 중국 윙테크에 인수됐다. 현재 네덜란드 네이메헌에 본사가 있으며, 주로 유럽의 자동차·가전 기업들이 쓰는 양극형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주요 완성차의 핵심 부품인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대중 반도체 통제 차원에서 지난해 말 넥스피리아의 모기업 윙테크를, 지난달에는 넥스페리아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GAA로 넥스페리아 경영권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법은 경제안보가 위협된다고 여겨질 경우 자국 관할에 있는 민간 기업의 이사회 결정을 정부가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한 초강력 조치다. 이를 통해 넥스페리아는 1년간 자산·지적재산·사업·인사에 어떠한 변경도 금지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장쉐성 윙테크 회장의 지배권도 박탈했다.
중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윙테크는 네덜란드 정부 조치에 대해 “사실에 기반한 위험 평가가 아닌, 지정학적 편견에 따른 과도한 간섭”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사안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넥스페리아의 중국 내 생산 공장과 하청업체들의 제품 수출을 금지했다. 넥스페리아 제품의 80%가 중국에서 생산되기에 수출 금지가 장기화하면 자동차 업계에 넥스페리아가 생산해온 범용 반도체의 공급난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에 있는 넥스피리아 공장 내부. 로이터=연합뉴스
제2, 제3 넥스페리아 나올까
반도체 굴기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이 유럽과 미국의 반도체 기업을 꾸준히 인수하거나 투자해왔던 만큼, 이들 기업에서 향후 갈등 상황이 또 재현될 수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NXP반도체에서 분사한 앰플레온도 2022년 중국의 스촨 마이크로칩에 인수됐다. 이 기업은 RF전력솔루션 분야에서 선도적인 반도체 회사로 넥스페리아처럼 네덜란드 네이메헌에 본사를 두고 있다. 소니에 이어 이미지센서 시장의 2~3위를 차지하는 미국 옴니비전은 2019년 중국의 윌세미콘덕터가 인수했다. 미국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이 업체는 저렴한 가격과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미국 팬실베니아에 본사를 둔 아크리온은 2018년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나우라에 인수됐다. 이들 기업은 중국이 소유하고 있지만, 본사는 여전히 유럽과 미국에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유럽국가에도 네덜란드의 GAA처럼 국가의 공급망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법이 존재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의 투자심사 기관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반도체 기업의 M&A 승인을 최근 거절해왔는데, 그 이전인 2020년 전후쯤 중국은 휘청이는 반도체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다”라고 말했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사제도(CFIUS)·EU 투자심사 프레임워크(EDA) 등은 중국 기업이 유럽의 뉴포트 웨이퍼 팹, 엘모스 등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려는 시도를 불허했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 영향으로 자동차·가전·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다양한 반도체 산업에 중국 업체들이 침투했는데, 서방과 중국 갈등의 불똥이 이쪽으로도 번지면 반도체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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