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업장관 “美, 전액 현금투자 요구는 않아…韓 외환시장 부담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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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마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對)미 투자 방식을 두고 미국이 ‘전액 현금 투자’ 요구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이 상당 부분 한국 측 의견을 받아들였다”며 “한국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협의가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20일 오후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여전히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느냐”는 질문에 “거기까지는 아니다”라며 “그랬다면 협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양측 모두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며 “이 바탕 위에서 세부 쟁점들이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워싱턴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회동했다. 이들은 한국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적 실행 방안과 관세 협의 세부 내용을 논의했다. 양측은 이후 만찬까지 이어가며 2시간 넘게 조율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타결된 관세 협상 초안에서 투자금의 5%가량만 지분 투자(equity)로 현금을 납입하고, 나머지는 보증(credit guarantees)과 대출(loans)로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직접 지정하고, 한국이 45일 내 특수목적법인(SPV)에 투자금을 현금 입금하는 ‘투자 백지수표’ 형태를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미국이 처음 제시했던 안은 우리 외환시장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이번 협의에서는 그런 우려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감내 가능한 범위를 찾기 위한 마지막 움직임이 있다”며 “필요하다면 다시 미국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과 함께 방미한 김용범 정책실장은 하루 앞선 19일 귀국길에 “이번 방미 전보다 APEC 정상회의 계기로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대부분 쟁점에서 의견 일치를 봤고, 1~2가지 쟁점만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김 장관은 “남은 쟁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히기 어렵다”며 “현재는 정부 내에서 내부 논의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일각에서 제기된 ‘한미 양국이 일부 쟁점을 남긴 채 MOU 체결에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관계자와도 면담을 갖고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구체화 방안을 논의했다며 “양국의 산업 협력과 투자를 균형 있게 추진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한미 협상 타결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APEC을 계기로 정상 간 협상을 시도하자는 공감대는 있지만, 시점보다는 국익에 맞는 합의가 더 중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재방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통상전문가들은 한미가 외환시장 안전장치와 투자 구조 조정 등 핵심 쟁점을 해소할 경우, 나머지 투자처 선정·수익 배분 문제를 중심으로 최종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일정에 맞춰 정상 간 ‘톱다운(Top-Down)’ 결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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