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원장들 “재판소원·내란재판부 위헌소지”…與 사법개혁안 발표날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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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장 등 각급 법원장들은 20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내란특별재판부 구성에도 위헌 소지를 지적했고, 대법관 증원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사법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당일 사법부 고위 법관들이 국회에서 공개적인 우려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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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웅 서울고등법원 법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각급 법원장, 與 추진안에 줄줄이 우려

김대웅 서울고법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서울고법·수원고법·서울중앙지법 등 수도권 17개 법원을 상대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조금 전 민주당이 4심제를 당론으로 발표했는데, 입장을 밝혀달라”(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는 질문에 “헌법적 틀 안에서 재판소원이 가능한지 찬반양론이 있다.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소원은 이날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가 발표한 대법관 증원(14명→26명) 등 ‘5대 사법개혁 과제’와 별개로 정청래 대표가 “당론 추진 절차를 밟아 본회의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제도다. 법원의 재판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으로 학계에선 “사실상 4심제”라는 우려가 나온 제도다.

김 서울고법원장은 “재판소원은 어떤 형태의 재판이 되든 4심제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아시다시피 4심제가 되면 여러 권리구제가 지연되고, 여러 비용 문제도 생기는 등 경제적 약자가 과연 제대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여러 문제점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질문에 배준현 수원고법원장 역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 부분에 대해 헌법 논리(검토)라든가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도 “헌법은 ‘사법권은 최고 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한다’고 명확히 규정한다. 헌법소원 제도는 헌법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개혁안에 포함된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 서울고법원장은 “대법관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증원 숫자나 시기 등은 공론화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 수원고법원장과 오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당론 추진으로 발표되진 않았으나 민주당이 꾸준히 도입을 주장해 온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내란특별재판부를 구성하자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는 질문에 김 고법원장은 “법원 외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 위반의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 수원고법원장도 “같은 취지로 반대의 입장”이라고 했고 오 서울중앙지법원장 역시 “위헌 소지가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각급 법원장을 호명하며 “이게 어떻게 위헌인지 말해보라”고 따졌고, 배 수원고법원장이 무작위 배당을 해친다는 취지로 답하려 하자 답을 자르고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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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웅 서울고등법원 법원장(앞줄 가운데)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문을 추미애 위원장에게 전달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임현동 기자

與, 하급심 법원장 모아놓고 “대법원, 李 재판 문제”

수도권 17개 하급심 법원장이 모인 이 날 국감에서 여야는 지난 13·15일 대법원 국정감사와 마찬가지의 정쟁을 벌였다. 민주당은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을 문제 삼으며 “사법부가 대선 한복판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의 자격 박탈을 시도하려 한 초유의 대선 개입”(전현희 의원)이라고 했다.

법원장들은 “관여한 바가 없어서 답변할 수 없다”는 답만 반복했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틀 만에 이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그런데 왜 아무 소리를 안 하나”(서영교 의원)라며 몰아붙였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 등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며 “조희대 사법부의 윤석열 구하기”라고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금 민주당이 하는 일은 이 대통령 무죄 만들고, 내란은 무조건 유죄 써라라고 하는 것”(나경원 의원)이라며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을 문제 삼았다. 신동욱 의원은 지난 15일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대법원 곳곳을 돌아다니는 사진을 화면에 띄우며 “나치의 프랑스 점령 시기와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이어 신 의원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른바 ‘권력 서열론’을 언급하며 “사법부는 선출 권력의 아래에 있느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서울고법원장은 “우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배 수원고법원장과 오 서울중앙지법원장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고법원장 “李 임기 중 재판 재개, 이론적으로 가능”

한편 김 서울고법원장은 이 대통령 취임 후 무기한 연기돼 있는 5개 재판과 관련, “이재명 정부 중에도 언제든지 재판 기일을 잡아서 진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는 질의에 “이론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송 의원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 사건을 담당해 온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수원지법 각 재판부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84조를 근거로 재판을 멈췄는데, 재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진행이 가능하다고 한 거냐”고 재차 묻자 김 서울고법원장은 “(‘소추’엔) 재판이 포함된다는 견해도 있고, 있지 않은 견해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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