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캄보디아 대학생 부검 "전신 피멍…흉기·신체훼손 없었다"
-
5회 연결
본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경찰청 수사관 등이 20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사원에서 지난 8월 보코산 지역의 온라인스캠범죄단지에 감금돼 고문 끝에 숨진 대학생 박모씨의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 안치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20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진행된 공동부검 결과 대학생 박모(22)씨의 시신에선 전신에 피멍 등 구타 흔적은 발견됐지만 흉기에 의한 자창(刺創)이나 신체훼손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확한 사인은 이후 국내에서 예정된 조직검사 및 약독물검사, 양국 수사 결과를 종합해 확정하기로 했다.
이날 양국 공동 부검은 오전 9시 27분(현지시간)부터 박씨 시신이 안치된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 사원에서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부검에 정통한 관계자는 “박씨의 사체 전신에 멍은 많이 보였지만 흉기에 찔리거나 흉터를 꿰맨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구타를 당했다고 해서 사망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조직 검사 및 약독물 검사를 진행해 정확한 사인을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앞서 검안의 의견 등을 바탕으로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를 사인으로 기재했지만, 직접사인인지는 약독물 검사를 통해 심장마비를 초래한 다른 원인을 검증해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부검에는 양국에서 각각 6명씩 참여했다. 한국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3명, 경찰청 과학수사운영계장, 경북청 수사관 등 2명,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 등 6명, 캄보디아 측은 경찰청 담당자, 부검의 등 6명이다. 이들이 검은색 승합차 3대에서 내려 장비를 챙겨 턱틀라 사원 내 안치실로 들어가자 캄보디아 경찰은 50여 명을 배치해 폴리스라인을 치고 일반인의 통행을 제한했다.
경찰청은 “현지 시간으로 20일 오후 11시 30분쯤 국내로 송환을 시작해 한국 시간으로 21일 오전 7시쯤 도착할 예정”이라며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이 인천공항에서 유해를 인수받은 뒤 유족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7월 17일 가족에게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이후 지난 8월 8일 캄폿주 보코산 ‘웬치(园区·범죄단지)’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박씨 몸에는 멍과 상처 등 고문 흔적이 발견됐다. 박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중국인 3명은 지난 10일 구속기소됐고, 현지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중국 동포 2명도 추적 중이다.

지난 8월 캄보디아 보콧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박모(22)씨의 시신이 안치된 프놈펜 턱틀라 사원. 외국인 사망자 장례식이 열리는 이 불교사찰에 지난 18일 중국인 추정 사망자의 영정이 놓여 있다. 이영근 기자
중앙일보가 지난 18일 오후 턱틀라 사원을 둘러보니 캄보디아 감금·폭행 사태가 ‘글로벌 이슈’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신 안치실 앞 탁자에는 30~40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영정과 함께 중국 과자, 콜라, 가짜 달러, 꽃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른 사망자 2명을 기리는 탁자에는 부적, 맥주 등이 놓여 있을 뿐 영정 사진조차 없었다.
사원 관계자는 “20·30대 중국인의 시신이 이곳에 가장 많이 오고, 한국인도 2~3개월 간격으로 시신이 안치된다”고 말했다. 동행한 현지 가이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20·30대 외국인이 심장마비 사인으로 여기 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범죄 피해자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캄보디아 보콧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박모(22)씨의 시신이 안치된 프놈펜 턱틀라 사원의 화장장. 이영근 기자
사태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선 한국 정부와 달리 해외 주요 국가는 구체적 행동에 나선 지 오래다. 일찌감치 조사에 착수한 미국과 영국은 지난 14일 캄보디아 내 범죄 단지 운영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대기업 프린스 그룹과 중국계 캄보디아인 천즈(陳志·38) 회장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일본은 지난 8월 캄보디아와 자국민 송환 작전을 벌였다. 수사관 80명을 송환해 캄보디아에서 사이버 범죄를 벌인 피의자 29명을 송환했다.
중국도 4년 전부터 동남아 주요국과 공조 수사 체계를 갖췄다. 중국 공안부는 지난 7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미얀마와 태국, 캄보디아 등의 국가에 실무단을 파견해 2000곳 이상의 해외 사기 거점을 폐쇄하고 8만명 이상을 검거했다”며 “이후 광고나 기술 개발, 자금 세탁 등의 조직도 수사해 36만6000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