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총수들과 이들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에 초청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섬의 5성급 호텔의 모습. 이들이 단체 이동한 것으로 알려진 검정 리무진 버스가 18일(현지시간) 골프 라운딩을 마친 뒤 이 호텔로 들어갔으며, 손 회장의 모습이 호텔 로비에서 목격됐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현황을 전하고, 통상 환경 개선 등을 논의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서 열린 골프 라운딩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는 18일 웨스트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골프 라운딩 행사에 참석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전설의 골퍼인 게리 플레이어의 90세 생일을 앞두고 기획한 행사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일본·대만 주요 기업인들이 교류하는 자리였다. 한국 대표 기업의 오너 경영자들이 총출동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반겼다고 전해졌다.

이날 골프 라운딩은 4인 1조 조별 매치 방식으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 회장, 게리 플레이어, 장타자로 유명한 브라이슨 디섐보와 한 조를 이뤘다고 한다. 국내 기업 총수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조에 배치됐지만, 행사 전후로 인사를 나누고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 실력자로 알려진 이재용 회장은 이날 5~6년 만에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2년 전 발목을 크게 다쳤던 최태원 회장은 이날 골프 라운딩에선 빠졌고 운동 전후 인사만 나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뉴시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말 방한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지 투자 현황을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대해 모두의 기대가 크고, 모두가 합심해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회장이 이날 마침 55번째 생일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해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APEC이 열리는 한국을 방문한다는 인사를 시작으로, 조선업을 비롯한 대미 진출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 의지에 감사를 표하고 추후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활발하게 사업하고 있는 한국 기업 총수들의 목소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의미있는 자리였다”며 “트럼프의 방한과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논의가 비공식적으로 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골프 회동 직후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곧바로 귀국해 경영에 복귀했다. 구광모 회장도 사업보고회 일정에 맞춰 20일 귀국했다.

일부 총수들은 현지에서 일정을 이어갔다. 정의선 회장은 미국 사업을 점검한 뒤 APEC 일정에 맞춰 귀국할 예정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국에서 곧장 폴란드로 이동했다. 김 부회장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이 이끄는 방산 세일즈 특사단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은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를 방문해 K-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세일즈 활동을 이어간다.

한화오션은 폴란드의 신형 잠수함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장보고-Ⅲ 배치-Ⅱ급 잠수함의 현지 생산을 제안한 상태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3조4000억원 규모이며, 유지·보수·정비(MRO) 계약까지 포함하면 최대 8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과 수주 경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