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t도 번쩍? 아이언맨의 미래…현대차 '착용로봇' 입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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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료 넘어 군사용까지…쉼 없는 기술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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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맨(2008년 개봉)’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티타늄·금 합금으로 만들어진 외골격은 웬만한 총알은 튕겨낸다. 자동차를 번쩍 들고, 양팔에 탑재된 미사일은 장갑차를 한 방에 날려버린다.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환희를 동시에 안겨줬던 아이언맨은 ‘착용로봇(Wearable robot)’이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알렸다. 미국·중국은 아이언맨 슈트를 모티브로 군사용 착용로봇을 개발했고 의료용·산업용 착용로봇은 상용화돼 인간의 일을 보조하고 있다. 기업들은 왜 착용로봇을 만들까. 돈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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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블숄더.

◆왜 ‘입는’ 로봇인가=착용로봇이란 인간의 신체에 직접 착용해 신체 기능을 보조·증강시키는 기계 장치를 뜻한다. 기계구조물(골격·관절), 배터리(심장), 모터(근육), 센서(인지신경계), 제어알고리즘(운동신경계) 등 각 신체 부위의 기능을 대체하는 5개의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인간의 신체구조와 동작을 모사하고 스스로 판단해 작동하는 휴머노이드(독립형) 로봇과 달리, 착용로봇을 작동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1965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미 육군은 인류 최초의 동력 외골격 착용로봇을 개발했다. 이름은 ‘하디맨(Hardiman)’. 군수물자를 들고 나르는 특수 작업용이었다. 하디맨은 설계상으로는 한 팔에 340㎏의 하중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하디맨은 큰 힘을 내기 위해 대형 유압 시스템과 전기구동기가 장착됐는데 이 때문에 무게가 700㎏에 달했다. 당시에는 배터리 기술이 없어 외부 전원 공급 장치에서 유선을 통해 전기를 공급 받았는데, 이 때문에 실험실 밖으로 이동할 수 없었다. 결국 활용도가 낮다고 본 개발사 측은 1971년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상용화에는 실패했지만, 하디맨은 후세에 많은 영감을 줬다. 1980년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중심으로 군사용 착용로봇 개발이 시작됐고 2000년대부터는 군사용 범주를 넘어 의료용으로 초점이 옮겨졌다. 현재 글로벌 착용로봇 기업으로는 미국 리워크로보틱스(의료)·엑소바이오닉스(의료·산업)·록히드마틴(군사), 일본 혼다(산업)·사이버다인(의료), 중국 하이퍼셸(의료), 한국 현대차그룹(의료·산업)·엔젤로보틱스(의료) 등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착용로봇 시장은 지난해 17억6000만 달러(약 2조 5000억원)에서 2032년 305억6000만 달러(약 43조8000억원)로 연평균 42.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입어보니=지난 1일 방문한 경기도 의왕시 현대자동차그룹 의왕연구소 본관 19층 로보틱스랩. 이 곳에서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어깨근력 보조용 착용로봇 ‘엑스블숄더(X-ble Shoulder)’를 직접 입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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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의왕연구소에서 김효성 기자(왼쪽)가 김종우 현대차그룹 로보틱스사업1팀장의 도움을 받아 엑스블숄더를 착용해보고 있다. 전민규 기자

3㎏짜리 공구를 번쩍 들어보니 무게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팔꿈치를 누가 들어주는 느낌이었다. 비결은 오른팔과 왼팔 이두근에 각각 장착된 34㎝(라지 기준) 크기의 팔받침(토크제너레이터)에 있었다. 토크제너레이터 내부에 있는 2개의 스프링이 특정 각도(위로 들었을 때)에서 각 팔에 3㎏의 힘을 보태준 것이다. 김종우 현대차그룹 로보틱스사업1팀장은 “어깨 위쪽을 향해 작업하는 제조·정비업이나, 목수·인테리어,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가능한데 현재 다양한 업종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착용로봇을 만들기 시작한 건 2018년부터다. 차량 하체를 올려다 보는 의장라인(최종조립단계)같은 공정에서는 공구를 들고 위를 올려다 보며 하루 수시간씩 작업해야해 어깨·허리·손목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근로자가 많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은 지난 2년간 약 1만명의 근로자를 상대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시제품을 다듬었다.

엑스블숄더는 현재 국내 대부분의 공장에 도입돼 있고 향후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HMGMA)에도 도입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착용로봇 생산은 생산설비 내재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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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배터리를 극복하라=아이언맨을 모티브 삼아 2013년 미국 특수작전사령부는 탈로스(TALOS)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탈로스 프로젝트는 특수부대 선봉대원이 착용할 수 있는 고성능 전투복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근력증강, 전신 방호, 생체 모니터링 기능 등을 전투복에 결합하려 했다.

하지만 더 큰 힘을 내기 위해선 더 많은 동력원을 얻어야 했다. 탈로스 전투복을 12시간 가동하려면 144킬로와트시(㎾h)의 동력이 필요했는데, 이는 테슬라 모델Y 배터리용량(80㎾h)의 1.8배에 해당된다. 모델Y 배터리 1개가 700㎏이니 1.26톤(t)짜리 배터리를 지고 다녀야 하는 셈이다. 이런 전투복을 입고 작전을 수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같은 문제를 현재의 착용로봇 개발사도 똑같이 겪고 있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로봇 무게가 늘어나 그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길을 찾지 못했다. 현실적인 해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①무동력 착용로봇 기술을 고도화하거나 ②교체형 배터리 기술을 향상하는 방법이다.

해외에서는 주로 탈착식 배터리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중국 유비테크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S2’는 전원을 끄지 않고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쉬지 않고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이 착용로봇에 적용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착용로봇이 AI와 만나면=보행·재활용으로 쓰이는 의료용 착용로봇은 일반인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의료용은 군사용의 강한 힘, 산업용의 긴 사용시간 같은 조건을 맞출 필요는 없기에 동력원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등·허리·허벅지·종아리·발을 착용로봇에 고정한 뒤, 두 팔 쥔 목발로 보조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방식이다. 아예 걷지 못하는 부상자나 하지마비 환자가 이 제품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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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블멕스.

국내에선 2017년 설립된 엔젤로보틱스의 착용로봇 ‘엔젤렉스 M20’이 대표적이다. 먼저 착용 후 등에 붙은 모니터를 통해 의료진이 일어서기, 앉기, 보행, 스쿼트 등의 동작을 입력하면 기계장치가 천천히 동작을 실행한다. 현대차그룹의 ‘엑스블멕스(X-ble MEX)’도 기능은 비슷하다. 목발에 달린 리모컨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정렬’, 다음번엔 ‘오른발 1보’, 그다음 버튼은 ‘왼발 1보’ 순으로 이뤄진다. 윤주영 현대차그룹 관절로보틱스팀장은 “하반신 마비로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은 일어서서 걷는 것만으로도 활력을 얻고, 실제 심폐 지구력과 혈액 순환 계통이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루트아날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억9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이던 글로벌 의료용 착용로봇 시장은 2035년 87억 달러(약 12조4000억원)로 연평균 19.9% 성장한다. 전 세계 고령화 추세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용 착용로봇 시장은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AI와의 결합도 착용로봇 주요 화두다. 미국 조지아텍의 애론 영 교수팀이 지난해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한 ‘자율조절 착용로봇 컨트롤러’가 대표적이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인체의 속도·방향·회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IMU 센서를 통해 확인하고 딥러닝된 정보를 갖고 로봇이 작동하기 때문에 착용자의 동작 의도를 읽는 게 특징”이라며 “AI는 착용로봇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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