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돈줄·주먹 쥐고 남미국가 흔든다…트럼프식 ‘돈로 독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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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먹(군사력)과 돈(지원금)을 내세워 연일 남미 국가를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명분은 ‘마약 척결’이다. 그는 19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대통령인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을 “마약 수괴”라며 “마약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카인 생산·유통 차단 등 명목으로 콜롬비아에 지원하던 미국 보조금을 끊겠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보인 태도와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마약 수출을 비난하며, 미군을 동원해 베네수엘라 마약 밀수선을 잇따라 침몰시키거나 마두로 정권에 대한 지상 작전 전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약 퇴치라는 명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한다. 윌리엄 레오그란데 아메리칸대 교수는 미국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온라인 잡지 기고를 통해 “(마약 퇴치 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반미 연대의 주요 축이어서다.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뉴욕을 찾아 친 팔레스타인 집회에 참석해 “트럼프의 명령에 불복하라”고 연설했다가 비자를 취소당해 귀국한 전력이 있다. 마두로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날강도”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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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정책은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돈로 독트린은 친트럼프 언론 뉴욕포스트가 지난 1월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 제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제시한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Donald)을 합성해 만든 조어다.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안방처럼 만든 먼로 독트린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유사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미 우파 정권엔 지원책을 건네며 돈로 독트린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재직 중인 아르헨티나에 대해 200억 달러(약 28조원)의 통화 스와프를 약속한 데 이어, 추가로 200억 달러 규모의 민간 기금 조성을 추진 중인 게 대표적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아르헨티나 지원을 두고 “콜롬비아와 칠레 등에서 다가오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며 “남미 좌파 정권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 지원은) 경제적 먼로 독트린”(economic Monroe Doctrine)이라고 했다.

19일 치러진 볼리비아 대선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로드리고 파스(58)가 당선된 것도 돈로 독트린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파스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 미국을 찾아 트럼프 행정부 측과 접촉하며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했던 인물로, 이를 통해 볼리비아의 20년 좌파 집권이 종식됐다.

다만 한계도 노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공하는 ‘당근’의 조건부 성격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번달 총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이) 함께하겠지만, 패배하면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가,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며 한 때 대혼란이 왔다. 또 농업 대국인 아르헨티나를 지원한 데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농가의 불만도 상당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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