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지도, 이제 지겹다.”

지난 17일 미국 백악관에선 종이 한 장이 내팽개쳐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를 던지면서다. 트럼프는 “(지도의) 빨간 선은 뭐냐. 난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다”고 고함치고 욕설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에게 러시아 요구를 수용하라고 압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회담 관계자들은 “정상간 대화는 고성이 이어지는 언쟁으로 번졌다”며 “트럼프는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고 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의 불만은 젤렌스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 조건을 거부한 것에 있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당신은 전쟁에서 지고 있다. 푸틴이 원하면 당신을 파멸할 것”이라며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를 러시아에 넘기라고 강요했다. 이는 정상회담 전날 푸틴이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건 제안과 일치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루한스크를 수중에 넣은 푸틴은 트럼프에게 도네츠크 전체를 넘기면 남부 전선(헤르손·자포리자)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트럼프와 젤렌스키 회담의 핵심의제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지원이었지만, 없던 이야기가 됐다. 최대 사거리가 2500㎞인 토마호크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 트럼프는 앞서 토마호크 지원을 수차례 시사했지만, 푸틴과 통화 후 태도를 바꿨다.

젤렌스키로선 2월 트럼프가 “당신은 카드가 없다”며 가한 ‘면박’ 수모를 또 당한 셈이다. FT는 “회담은 트럼프가 푸틴의 극단적 요구에 얼마나 쉽게 동조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