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4심제' 하루 만에 말바꾼 與, 또 강성 지지층에 휘둘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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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실상 4심제라는 비판을 받는 재판소원에 관해 20일 “당 지도부 안(案)으로 발의해 당론 추진 절차를 밟아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사법개혁특위 브리핑에 참석해 “재판소원은 헌법 이치와 국민의 헌법적 권리 보장, 국민의 피해 구제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라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소원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말한다.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는 헌법소원 청구 사유가 아니다. 이에 민주당은 헌법소원 청구 사유에 법원의 재판을 포함하는 한편, 헌재가 판결을 취소했을 때 대법원이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심리하도록 강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려 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0일 오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 브리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백혜련 민주당 사개특위 위원장, 오른쪽은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법원이 아무리 높다 한들 다 헌법 아래 있는 기관”이라는 게 정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이날 민주당 사개특위가 발표한 다섯 가지 사법제도 개편안에 재판소원을 더해 “사법개혁 6대 의제”라고 했다.
이 같은 정 대표의 발언은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재판소원과 관련해 “당론으로 발의하지 않고, 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안으로도 발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나왔다. 원내대표가 속도조절을 시사한지 하루 만에 당 대표가 “당론 추진” “본회의 통과”를 언급하면서 재판소원 도입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 대표는 앞서 재판소원을 추진하자는 뜻을 사개특위에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였고, 이에 김 원내대표가 ‘공론화 후 추진’으로 결론냈다고 한다. 사개특위 관계자는 “재판소원을 공식 안건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 대표가 돌연 재판소원에 힘을 실은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지도부 소속 의원)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날 김 원내대표가 재판소원 도입을 당론 발의하지 않겠다고 한 직후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친여 커뮤니티에서는 “내란당으로 갈 생각이냐” 등 비난이 쇄도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에서 “(재판소원이) 사개특위 안에서 빠졌다는 것이지, 사법개혁안에서 빠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재판소원도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영옥 기자
민주당은 우여곡절 끝에 이날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인사 10명의 공동 발의로 재판소원 도입 법안(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향후 적정한 시점에 의원총회의 추인 절차를 밟겠다는 게 민주당의 구상이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김선수 전 대법관 등 진보 성향의 원로 법조인도 재판소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라 의견일치를 이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된 민주당의 사법제도 개편안에는 기존 14명인 대법관(대법원장 포함)을 1년에 4명씩 3년에 걸쳐 총 26명으로 늘리고, 기존 전원합의체를 2개의 연합부로 재편하되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의 경우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18명) 이상이 참여하는 합의체를 구성해 심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통과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22명(84.6%)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특위는 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정원을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법원행정처장 대신 헌재 사무처장을 추천위원으로 추가했다.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 대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한 법관 2명과 각 지방변호사회장 과반수가 추천한 변호사 1명도 추천위에 들어간다. 대법원 몫 추천 위원은 10분의 2에서 12분의 1(선임대법관)로 축소되는 결과다. 또 법관 평정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취합한 각 지방변호사회의 법관 평가를 의무적으로 반영케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확정된 사건에만 일반에 허용하던 형사사건 판결문 열람·복사를 하급심(1·2심) 판결문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이날 특위 안에 담겼다. 법원이 도입을 주장해 온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 포함됐지만, 반드시 수사기관의 의견을 들어 추진토록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독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사법부를 코드인사로 채우고 이재명 대통령실 아래 대법원 비서관실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라며 민주당 발표를 “사법부 파괴”로 규정했다. 장 대표는 특히 재판소원에 대해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이재명 한 사람이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대법관 증원안은 "정권 홍위병을 늘려 이 대통령 재판을 영원히 묻어두겠다는 속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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