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카카오 김범수 1심 무죄…재판부 "檢, 별건 고강도 수사 진실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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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법원을 떠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주가조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시세조종 목적·필요성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김 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재판에 임하던 김 센터장은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하고 나서야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 센터장과 공범으로 지목 돼 함께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전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법인인 주식회사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무죄를 받았다. 다만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의 별도 횡령(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는 유죄가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됐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로고의 모습. 뉴스1
앞서 검찰은 2023년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가 SM엔터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자, 김 센터장 등이 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기 위해 고가 매수, 물량 소진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사가 주장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시세조종 공모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카카오가 SM엔터의 경영권 인수를 고려한 것은 맞지만,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카카오에서 했던 매수 주문은 시간적 간격과 매수 방식 등을 살펴봤을 때 시세 조종성 주문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시세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서 정상적 시장 가격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고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원 “별건 수사로 압박, 진술 얻어내는 수사 방식 진실 왜곡” 검찰 직격
재판부는 특히 선고를 마치며 “해당 사건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피의자나 관련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 방식은 이 사건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가 되든 이제는 지양되었으면 한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이 핵심 증거로 내세운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엔터에 대한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는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하면서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있지도, 일부 피고인은 구속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전 부문장은 이번 사건은 물론 또 다른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아 사실과 다른 허위 진술을 했고, 그 점이 이 같은 결과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별건은 ‘바람픽처스 고가 인수 의혹’ 사건이다.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 전 부문장은 지난달 30일 관련 혐의(배임)에 대해 1심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별건으로 조사를 받으며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압수수색과 배우자에 대한 수사 압박 등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며 “별건 압수수색 이후 이전 진술을 번복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부문장은 진술 뒤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했고, 그 결과 이 사건에선 기소되지 않았다”며 “수사·재판에서 벗어나고자 허위로 진술할 동기·이유가 명확하다”고 짚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뉴스1
재판부는 또 다른 증거인 배 전 대표와 강 전 실장 사이의 통화 녹취록에 대한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화 시점은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 기간인 2023년 2월 15일이다. 당시 녹취록에는 ‘평화적으로 가져오라. 이게 무슨 소리야, 골치 아프다’ 등이 언급됐다. 검찰은 김 센터장이 반드시 인수하라고 지시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양 부장판사는 “실제 발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하이브와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가져오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2년 8개월 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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