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구매한 프로야구 입장권을 비싸게 되팔아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지난 7월 25일 경기도의 한 PC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야구 입장권을 예매하던 피의자가 잠복 중이던 경찰에 검거됐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매크로(자동화도구) 프로그램을 이용, 5245회에 걸쳐 1만881장의 입장권을 예매한 뒤 이를 암표로 되팔아 5억7000만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로 A씨(42)를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암표 구입용 매크로를 개발하고 판매한 B씨(26)와 C씨(28)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3월부터 본인과 가족, 지인 명의로 계정을 개설한 뒤 서울 ·경기 등의 PC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매 인원과 좌석 좌표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입장권을 예매했다. 이런 방식으로 5254회에 걸쳐 구매한 입장권은 1만881장에 달했다. A씨는 구매한 입장권을 티켓 거래사이트를 통해 총 5억7000만원 어치 판매했다. 그가 판매한 입장권 가운데는 정가보다 최고 15배나 비싼 경우도 있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올해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3월 22일에는 하루에만 128장(1527만원 상당)의 암표를 판매했고 한화 이글스 홈(대전) 개막전 때는 1루 커플석(정가 4만원)을 4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프로야구 인기가 상승하면서 입장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진 가운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불법 예매가 기승을 부리자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사진 대전경찰청]

A씨는 매크로를 통한 예매가 어려울 때는 일반회원보다 하루 먼저 예매할 수 있는 구단 유료 멤버십(선 예매제도)에 가입, 입장권을 선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 번호 없이 좌석 선택 창으로 바로 연결되는 이른바 ‘직링(직접 링크·Direct Link)’을 이용, 예매 속도를 높이는 수법도 이용했다. 한화 이글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구단에선 100만원가량의 가입비를 받고 유료 멤버십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경찰은 “선 예매 제도가 매크로 암표 예매를 부추기고 일반 소비자가 공정한 문화를 누리는 기회를 제한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부터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판매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던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암표 거래가 의심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 같은 달 25일 경기도의 한 PC방에서 A씨를 검거했다.

지난 17일 최주원 대전경찰청장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경찰은 A씨가 매크로를 구입한 과정을 수사하던 중 인터넷상에서 공연 등 티켓을 자동 예매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지난 14일 프로그램을 개발한 B씨(26)와 이를 직접 판매한 C씨(28)를 검거했다. C씨는 인터넷을 통해 1488차례에 걸쳐 8600만원 상당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야구를 비롯해 공연 티켓 예매를 위한 매크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암표 예매에 직접 연결되는 직링 역시 모두 불법”이라며 “암표 없는 건전한 문화·스포츠 관람을 위해 강력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