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대생 청부살인범에 허위진단’ 의사, 심평원 위원 직위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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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옥
2002년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에서 직위 해제됐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동시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 지 나흘 만이다.
21일 국회와 심평원에 따르면, 심평원은 이날 인사위원회를 열고 박병우 진료심사평가위원의 직위 해제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박 위원은 현재 맡고 있던 진료비 심사·평가 업무에서 배제됐다. 심평원은 오는 24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촉 여부 등 추가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 위원은 2000년대 초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 윤길자 씨의 주치의로, 윤씨가 형 집행 정지를 받도록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돼 2017년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한의사협회로부터 3년간 회원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은 당시 영남제분 회장 류원기씨의 부인 윤씨가 사위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해 20대 여대생을 청부 살해한 사건이다. 윤씨는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으나, 유방암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형 집행이 정지돼 민간병원 특실에서 생활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이러한 전력이 있음에도 박 위원이 지난 4월 임기 2년의 심평원 위원으로 임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진료심사평가위원은 의료기관이 청구하는 진료비 중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항목을 심사·평가하고, 관련 기준을 설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논란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됐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여당 간사) 등은 “허위진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을 심사평가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강중구 심평원장은 “오래된 사건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고 해명하면서도 “직위 해제와 징계처분 등 가능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 원장이 박 위원과 연세대 의대 동기이며, 사건 당시 박 위원의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사 개입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개인 인연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사회적 논란과 국민 정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직위 해제를 결정했다”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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