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 출신 아빠가 말렸지만…경찰 택한 12년 경력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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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유성경찰서 유민영 순경(왼쪽)이 지난 2022년 중앙경찰학교 교육을 마친 뒤 아버지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유 순경은 경찰관이었던 아버지를 보며 어릴 때부터 경찰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사진 유민영 순경]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게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더 늦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과감히 사직서를 냈죠. 어릴 적 꿈을 이뤘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대전유성경찰서 형사과에 근무 중인 간호사 출신 유민영(38·여) 순경은 제80주년 경찰의 날을 앞두고 지난 17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의 빅5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유 순경은 경찰관이 되기 위해 4년 전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경찰관이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부터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앞둔 시점 가족들이 그를 만류했다. 특히 아버지는 “경찰관은 고된 직업”이라며 “교사나 은행원, 간호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택했으면 좋겠다”고 설득했다. 결국 유 순경은 부모의 뜻을 따라 간호학과에 입학했고, 대학 졸업 후 서울의 대형병원에 취업했다.

그가 경찰이 되기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시절의 신분증. [사진 유민영 순경]
간호사로 묵묵히 일하던 유 순경에게 인생의 변화를 가져온 건 언니의 결혼이었다. 형부의 직업은 경찰관. 마음속에만 묻어 놓았던 경찰관의 꿈이 형부를 통해 다시 깨어났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초등학교 친구로부터 “경찰이 의료사고 특채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간호사 경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특채의 자격 요건은 40세 미만.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유 순경 입장에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어릴 적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던 유 순경은 결국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그렇게 12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둔 유 순경은 2022년 1월 ‘의료사고 특채’에 합격했다. 의료분야 경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치러 경찰관으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꿈에 그리던 경찰 제복을 입고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한 그는 6개월간의 교육을 마치고 대전유성경찰서에 배치됐다. 지구대에서 6개월간 의무 복무를 마친 뒤 형사과로 이동한 그는 전공을 살려 형사팀과 실종팀 등에서 근무했다. 실종팀에선 주로 치매 노인과 장애인, 아동·청소년 관련 사건을 많이 다루는 데 간호사 경력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각종 사건·사고 때 현장에 출동하는 것도 낯설지 않았다. 대부분의 신입 경찰관들은 시신이나 다친 사람을 직접 목격하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 순경은 달랐다. 그저 일상적인 일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간호사 시절 위급한 상황을 더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동기들보다 나이가 열 살 정도 많은 유 순경은 부서 내에서 ‘고참 막내’로 통한다. 계급으로는 막내지만 사회경력은 고참급이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자문도 끊이지 않는다.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의무기록서와 진단서 분석은 물론 동료 경찰관의 건강검진결과서 평가도 유 순경 몫이다.
그는 “앞으로 과학수사나 의료사고·마약수사팀에서 근무해보고 싶다”고 했다. 퇴직한 아버지의 후배이자 형부의 동료 경찰관으로 명예를 지키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유 순경은 “간호사와 경찰 모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직업이란 공통점이 있다”며 “다만 경찰관이 되고 나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왔고 시야가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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